전쟁사 이야기 51편 -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
이번 편은 전쟁사보다도 '역사'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혹시 <총균쇠>라는 인류 불후의 명작 저서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매우 쉽게 이해가 될 것이고, 읽어보지 않은 분들께는 꽤나 유익한 깨달음을 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러시아'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뭐 일단 우크라이나와 피튀기는 전쟁을 하고 있기에 독재국가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2위의 군사강대국(풉 ㅋ), 전통적으로 기초과학이 매우 발달한 국가, 상당한 강대국 정도로 인지하셨을 것입니다.
저 또한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러시아가 꽤나 부유한 줄 알았습니다. 자 그럼 질문하나 해보겠습니다, 과연 러시아는 gdp로 볼 때 한국보다 얼마나 클까요??
정답은 : 한국보다 낮다!!!! 입니다
https://www.kita.net/cmmrcInfo/cmmrcNews/cmmrcNews/cmmrcNewsDetail.do?pageIndex=1&nIndex=62454&sSiteid=1
꽤 놀랍지 않습니까? 전 당연히 러시아 한국보다 gdp가 높을 줄 알았습니다. gdp는 쉽게 말해서 각 국가의 '덩치'를 표현한 수치입니다. 당장 gdp 만으로 선진국을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1인당 gdp, 즉 gni가 선진국을 판가름하는 매우 주요한 수치입니다.
다들 1,2,3위에 대해서는 큰 놀라움이 없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1위, 14억의 막대한 인구와 대륙 수준의 국토를 가진 중국, 한때는 미국을 턱 밑까지 추격한 일본. 그런데 과거 냉전 시대에는 미국과 소련(러시아)가 세계를 양분했으니까, 그래도 좀 커야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생각보다 덩치는 한국보다도 작습니다.
한국과 러시아, 미국의 국력 차이는 '자체 전투기 생산능력'으로도 쉽게 비교가 가능한데, 일단 미국은 세계 최강의 제공권 전투기 F-22와 그것을 좀 더 저렴하고 다목적으로 만든 최신예 F-35 스텔스 5세대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였으며 수 백대를 가지고 있는 초강대국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듯이 한국은 최근 KF-21이라는 4.5세대로 불리는 전투기를 자체 생산에 성공하여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F-35 시리즈가 1선을 서고, 그 후미를 KF-21이 든든하게 받쳐줄 예정입니다. F-35만큼 강력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적당히 가격이 싸면서 순수한 대한민국 기술로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한 것에 큰 의의를 두어야 합니다.
그럼 러시아는요? 당장 러시아는 한국보다 덩치가 작습니다. 때문에 전투기 사업 또한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데요, F-22를 따라잡겠다! 하고 야심차게 추진한 전투기 SU-57은 2022년 한국이 KF-21을 개발하고 이제 엔진 시험까지 마친 것에 비하면, 훨씬 더 과거에 개발이 추진되었습니다. 여태까지 몇 개 생산되었게요? 단 3대~
스텔스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고, 그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스텔스 도료 또한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페인트처럼 주기적으로 다시 발라주는데 유지비만 생각해도 머리가 뜨거워집니다.
한국은 최근에서야 KF-21이라는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여 본격적인 양산과 유지 보수 비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핵무기까지 있는 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스텔스 전투기의 생산과 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즉, 지금 당장 국가의 덩치가 작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러시아 완전 조빱아니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바로 이 글의 제목을 다시 바라봅시다.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
사실 한창 잘 나가던 구 소련은 미국에게도 다양한 공포와 충격을 주었습니다. 바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를 발사한 일이죠. 미국과 소련은 특히 기술력과 돈이 많이 들어가는 항공 우주 산업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하였는데, 스푸트니크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미국에게 충격이었습니다. 때문에 최근 자체 생산한 코로나 백신에도 '스푸트니크'라는 이름을 넣을 정도로 러시아에게는 자부심입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아직도 강력한 우주 산업 국가입니다. 여러 명의 우주 비행사를 배출하였으며, 한국의 나로호도 러시아의 협력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가 보안에 굉장히 신경쓰고 기술 유출을 방지했던 것이, 밖으로 흘린 연료까지 싹 다 회수해서 돌아갔다고 합니다. 연료도 배합 성분이 뭐냐가 매우 중요한 기술이었기 때문이죠.
나로호는 비록 한국과 러시아의 합작품이라고는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엔진은 러시아 기술로 만들어졌기에, 최근 누리호 발사 성공은 한국 우주 산업에 큰 한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덩치는 한국이 오히려 러시아보다 크잖아요? 그렇지만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기초 과학과 우준 사업에 많이 투자해 둔 곳간이 있기에, 여전히 한국보다는 우주 산업에서 크게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한창 소련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한국은 625 전쟁 이후 극심한 정치적 혼란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한국이 더 발전해서 러시아보다 오히려 덩치가 커졌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차이를 당장 극복하기는 어렵죠. 60년 전에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인데, 한국이 아무리 덩치가 커졌다 하더라도 당장 러시아를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
gdp는 물론이고, 각종 지표에서도 러시아가 한국보다 뒤쳐지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앞서는 분야도 많습니다.
쉽게 말해서 '축적'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50년간 한국보다 부유했고,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가 많았습니다. 최근 20년은 한국이 러시아를 추월하였죠. 그래서 지금 당장 한국이 러시아보다 부유하긴 하지만, 지난 50년간 러시아가 부유할 동안 러시아(소련)가 일궈둔 자산은 여전히 쉽게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당장 독일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독일은 이미 한국보다 더 잘 사는 나라이며, 앞으로도 한국이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상 EU 연합의 수장이면서 프랑스, 영국보다 발언권이 강한 나라입니다.
독일은 이미 1, 2차 세계대전을 벌일만큼 강력한 국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때 한국은 식민지였습니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이전만 하더라도 공업력이 빠르게 발전한 국가였습니다(그리고 이게 프랑스, 영국과 충돌하게 되는 계기가 되죠). 그러니까 원래 체구가 크고 건강했던 사람이 왕창 두들겨 맞아도, 다시 영양 섭취와 병원 치료만 잘 받으면 그 체급을 다시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당장 내년에 독일보다 GDP가 커진다 하더라도, 독일이 그동안 축적해놓은 자동차(전차) 기술부터 공업력을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힘들 것입니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현재 고령화와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1인당 소득에서 이미 동률이거나 추월 당할 위기입니다. 확실히 당장 1980년대 한국과 일본을 비교해보면, 정말 한국이 찍소리 내지 못할 정도의 큰 체급 차이가 났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간격이 상당히 좁혀졌죠. 일본의 우경화 또한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일본도 독일처럼 1차 세계대전에는 연합군 편에 서서 호황을 누렸고, 2차 세계대전에는 비록 미국한테 원폭을 두들겨 맞았지만 그래도 한때 광활한 식민지를 지배하던 제국입니다. 그리고 625 전쟁 특수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죠.
그 덕에 한국이 자체 성장에 급급할 당시, 문화적으로도 유명한 IP들, 예컨데 포켓몬스터, 유희왕, 각종 애니메이션으로 문화적으로도 전성기였습니다. 세계 100대 IP(지적 재산, 브랜드 파워)에 일본 것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기로 유명합니다.
반대로 한국은 거의 최근에서야 문화적으로 수출하고 해외 유수의 대회에서 큰 상을 받을 정도로 뒤늦게 문화적으로 부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의 IP에는 견줄 바가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지난 60여년 동안 한국보다 먼저 다져놓은 자산은, 한국이 당장 올해 수입에서 일본을 제쳤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제가 하고싶은 말은, 단순 GDP를 비교하면서 국가의 덩치를 비교할 수는 있어도 한 국가의 전체적인 역사와 과거를 포함해야 진정하게 강대국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경제적으로 크게 후퇴하긴 하였으나, 한 세기 동안 매우 큰 영향력을 펼치던 국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역사를 좀 공부하면, 진정한 강대국이란 무엇이며, 국가의 힘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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