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19-05-28 18: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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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6편 - 정보전

게시글 주소: https://video.orbi.kr/00022929626






 전쟁은 인간의 종합적인 사고력과 능력이 개입하는 대사건입니다. 전쟁사를 깊이 알면 알수록, 승리와 패배는 단순히 요행과 행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승리하거나 패배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으며, 그 결과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생각과 가치관이 반영됩니다.




 전쟁에서는 각 국의 군인들이 병기를 이용하여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서로 우위를 점거하려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정보전’으로 통칭되는 ‘암호해독’은 전투에 핵심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무선통신이 발전하고 전장과 외교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상대방이 가진 정보를 수집하고 해독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해집니다. 마치 포커게임에서 상대방의 패를 알면 쉽게 돈을 따낼 수 있는 것처럼, 상대방의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알아내느냐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직접적으로 맞붙는 재래식 전쟁보다, 외교나 경제, 정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형태의 전쟁이 자주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미중무역갈등도 이러한 시각에서는 일종의 전쟁이라고 생각합니)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은 ‘에니그마’라 불리는 암호 체계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무선통신은 전파를 타고 공간을 퍼져나가는 기술이기 때문에 누구나 도청이나 감청이 쉽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송수신하는 정보를 자신들끼리만 알 수 있는 규칙으로 암호화해야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고 작전명령을 하달할 수 있었습니다.





 해군이 빈약했던 나치 독일군은 잠수함인 유보트를 이용해서 연합국 해군에 대항합니다. 매우 광활한 바다에서 평소에는 곳곳에 숨어있던 유보트들은 작전 명령에 따라 필요한 지점으로 집결하여 연합국 상선과 군함을 공격합니다. 이런 식의 작전에는 무선통신과 암호화 기술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각 유보트들은 평소 따로 은폐한 상태에서 활동하다가 무선 통신으로 전달된 암호문을 통해 필요한 곳에 배치되었습니다.





 매우 넓은 해상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원거리 통신 기술은 대단히 중요했으며, 연합국이 해석하지 못하는 암호를 통해 은밀히 작전 내용이 하달됩니다. 전통적으로 해군 강국으로 유명했던 영국은 이러한 독일군의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며, 영국 본토는 유보트들에 의해 해상보급이 끊기면서 고사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연합국 해군에게 공포를 주었던 유보트. 그러나 암호 체계가 해독되고 레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과거의 명성을 잃게 된다. defence of the realm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24&t_num=12443)





 이렇게 뛰어났던 유보트도 결국에는 발전속도가 따라잡힘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카운터를 당합니다. 전쟁 후반 한 유보트가 연합국에게 붙잡혔는데, 포로로 잡히면서 반드시 파괴해야했던 에니그마 장치를 파괴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차 에니그마 암호체계는 연합국에게 해독당하였고, 유보트는 작전 수행에 큰 제약을 받게 됩니다. 또한 유보트를 잡기 위한 구축함과 항공기, 레이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과거처럼 연합국 함선을 일방적으로 공격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유보트들은 정보전에서 패배함에 따라 실제 전투에서도 영향력을 크게 잃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 태평양 전쟁의 미드웨이 전투에서도 정보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합니다.




 태평양 전쟁이 개전될 당시 일본 해군은 미 해군 함대가 정박해있던 진주만을 기습적으로 공습합니다. 이 작전을 실행할 때 일본 해군은 보안에 대단히 큰 신경을 썻으며, 그 결과 성공적으로 완벽한 기습이 가능했었습니다. 미국 정보부도 진주만 공습 직전까지 무언가 의심스러운 위험징후를 여러 차례 감지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자국 해군에게 미리 경고를 해주지 못하고 미 해군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미드웨이 해전 개전 직전의 상황은 매우 달랐습니다. 일본 해군은 미드웨이 작전을 앞두고 진주만 공습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보안 의식을 보여줍니다. 말단 수병들까지 곧 미드웨이 전역에서 큰 전투가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었으며, 서로 무선으로 대단히 중요한 정보들을 쉽게 떠들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미 해군은 일본 해군이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암호해독에 뛰어났습니다. 일본 해군은 자국의 암호가 전혀 유출될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미 해군의 정보부는 일본 해군의 암호 체계의 대부분을 꿰뚫어보고 있었습니다. 미드웨이 해전 직전, 미 해군은 일본 해군이 무엇인가 큰 전투를 준비한다는 징후를 포착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 해군이 AF라는 이름의 목표를 설정해두었는데, 이 AF의 정체를 두고 다양한 추측과 의견이 충돌합니다. 영국은 당시 AF가 인도라고 생각했으며, 미 육군 정보부는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 해안과 하와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 해군 수뇌부와 정보부는 직감과 여러 가지 근거를 통해 AF가 미드웨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미 해군 정보부는 AF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한가지 함정을 팝니다. 미드웨이에는 증류기가 있었는데, ‘미드웨이 섬의 증류기가 고장났다는 내용으로 평문 무선을 보고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이 명령은 미드웨이 섬에 미리 설치되어있던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에 일본 해군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미드웨이 섬의 증류기는 멀쩡했지만, 명령에 따라 ‘미드웨이 섬의 증류기가 고장났다’는 내용의 보고가 무선을 통해 본국에 전달됩니다. 이 무선 통신을 감청한 일본 해군은, 자국 수뇌부에게 ‘AF의 증류기가 고장났다’라고 고스란히 보고합니다. 이 보고를 다시 그대로 감청하고 해독한 미 해군 정보부는 이러한 사실을 통해 곧 AF가 미드웨이 섬을 뜻한다는 것을 증명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미 정보부는 일본 해군의 수많은 암호를 가로채서 해독하고, 결국 실제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함대가 도착하는 위치, 시간, 규모까지 매우 정확하게 예측합니다. 일본 해군은 까마득히 자신들의 정보가 새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나, 미 해군은 정보전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전투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전투에 임합니다.

















 게다가 암호해독뿐만 아니라 일본 해군은 정찰 정보에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미드웨이 전투 내내 일본 해군은 부족한 정찰정보와 착각, 기상악화 때문에 상대방의 위치나 전력을 가늠하는데 큰 곤란을 겪습니다. 불확실한 정보 때문에 일본 수뇌부는 적절한 대응방안을 제한된 시간 안에 결정하지 못했고, 그 결과 미드웨이 전투 내내 미국 해군에게 주력이 박살나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불타고 있는 일본 항공모함 ‘히류’의 모습. 정보전에서 참패한 일본 해군은 전혀 예상치 못한 위치에서 예상치 못한 미 해군의 전력에게 기습적으로 공격받고 박살난다.

http://fly.historicwings.com/2012/06/the-battle-of-midway/)










 이처럼 전쟁사에서 암호 해독은 정보전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상대방의 통신에 쓰인 암호를 해독할 수만 있다면, 마치 상대방의 머릿속에 있는 것처럼 생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이 노출된다면, 뛰어난 전력을 가지고도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포커에서도 상대방이 자신의 패를 훤히 꿰뚫고 있다면 판돈을 따기가 대단히 힘들어집니다.





 저는 수능 국어의 비문학 지문을 출제자들의 암호로 비유하고 싶습니다제가 여태 쓴 칼럼 시리즈들은 주제가 매우 명확하며 하고자하는 말이 쉽게 보입니다어려운 용어도 전혀 쓰지 않고 내용도 간략하게 쉽게 풀어썼습니다마치 암호화가 전혀 되지 않은 무선통신처럼 말이죠물론 제가 조금만 마음을 먹었다면 생소한 전문용어를 동원하고 복잡한 구조를 이용해서 어렵게 쓸 수도 있었습니다그렇게 글을 썼다면 독해하기가 힘들어졌을 것이고 결국 주제를 잡는 것이 어려웠을 겁니다.





 제 칼럼들과 달리 수능 국어의 지문에는 정보와 핵심이 숨어있습니다. 대충 보기에는 내용도 많고 생소한 개념이 자주 등장해서 수험생들의 멘탈을 흔들어제낍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읽고 풀어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촉박합니다. 출제자들은 절대 우리에게 쉽게 암호를 해독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정보는 살짝 꼬아져서 겉보기에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출제자들이 만들어 놓은 암호를 해독하는 연습을 할 것입니다이 글의 주제가 무엇인가이 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출제자가 말해주기 싫어하는 열쇠는 무엇인가여러분이 만약 출제자의 암호를 해독할 수만 있다면일본 해군을 훤히 내려다보면서 전투를 개시한 미 해군처럼 반드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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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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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re-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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