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19-09-23 14: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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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11편 - 기출분석

게시글 주소: https://video.orbi.kr/00024715925






 제가 여태 글을 쓰면서 '기출문제의 중요성'을 지겹도록 반복해왔습니다. 이 기출분석이라는 것은 비단 학생뿐만 아니라 군인, 정치인, 연구원 심지어 판사들까지 중시합니다.




 군인은 전쟁사, 혹은 전사를 공부하며 정치인은 고전과 통치론, 제왕학을 배우고 연구원은 선행연구를 합니다. 판사들은 판례를 공부하죠.




 수능체제가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이상 기출문제집 시장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능 출제자들조차 기출문제를 참고하여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역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키아벨리의 은 통치와 처세술, 인간 군상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으며 여전히 정치인이나 학생들에게 자주 읽혀집니다. 제왕학에 대한 고전을 꼽으라면 누구나 이 책을 먼저 꼽을껍니다)









 전쟁사 시리즈니까 이제 전쟁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에서 역설적으로 조선은 수군이 강했으며 왜군은 육군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조선 수군이 강하게 된 데에는 그 발전과정에 이유가 있습니다.




 한반도는 고려시대도 훨씬 이전부터 왜구나 해적의 습격을 받아왔습니다. 대규모의 정규군이 아닌 약탈과 백병전을 중시한 속도가 빠른 해적선들은 대항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조선초에는 '맹선'이라는 함선을 사용했는데 조운선을 개조한 함선이었습니다. 점점 좋은 무장을 갖춘 왜구들에게 대항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후 조선에서는 해적에 대항하기 위하여 조선지형에 적합한 고유한 함선을 개발합니다. '판옥선'이 그것인데, 적의 백병전을 방해하기 위해 높고 크게 만들었으며 조수간만차가 심한 지형에서 자유로이 항해할 수 있도록 바닥이 평평했습니다.




 왜군과 달리 근접전을 지양했던 조선 수군은 원거리 함포전을 위해 노군과 전투원을 다른 층에 분리 배치하여 항해 중에도 전투력 저하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에서는 판옥선을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성과도 같다고 묘사했습니다.







(판옥선은 조선 수군이 왜구라는 기출문제를 끊임없이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개발한 전함이었습니다)








 반면 일본군이 데리고 온 함선은 빠르고 약했으며 원거리 화약무기를 탑재하기 힘들었고, 바닥에 뾰족해서 조수간만과 해류변화가 심한 한반도 남서해안 지형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임진왜란에도 여전히 빠르게 접근해서 백병전을 거는 전술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기출문제로 단련된 조선 수군과 달리 학습이 부족했던 일본 수군은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대가로 머리가 박살납니다.




 한쪽은 상대방의 전략을 계속 겪으면서 그에 맞는 풀이법을 가져왔으나, 다른 한쪽은 그다지 큰 변화 없이 같은 전략을 가져왔기에 조선 수군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 수군은 장기인 화약병기를 활용한 원거리전에 특화된 함선을 개발하였기에 장점을 극대화했습니다.




 각 국가가 군대를 양성하고 운용교리를 정립하는 과정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체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지형과 상대방의 특성을 익히고 그에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합니다.




 한국군의 전차는 산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되어있고, 사막이 많은 중동국가에 판매할 때는 그에 맞춰 황녹색으로 도색합니다. 산림에 특화된 전차를 개조도 없이 겨울이 특별히 긴 나라나, 사막이 많은 나라에 판매하면 당연히 뒤탈이 발생하겠죠?







(국군이 쓸때는 녹림이 많은 한반도에 적합한 녹색으로 도색하지만, 사막 국가들에게 판매할때는 그에 맞춰 사막색으로 도색합니다. 사진은 흑표 K-2 전차)





 A라는 학생은 평소 수능 기출문제로 단련되어있지만, B라는 학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능을 치는 거라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날까요? 서로 같은 지능을 가졌더라도 A는 수능이라는 체제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했고 거기에 최적화 해놨으므로 성적에서 큰 우세를 보일 것입니다.




 영화감독들도 각자 고유의 표지와 색체가 존재합니다. 때문에 특정 영화감독의 작품을 자주 보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아, 이거 그 감독이 만든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릅니다. 쉽게 말해서 해당 영화감독의 기출문제를 자주 접해왔기 때문에 대충 보아도 비슷한 느낌과 기분이 드는 것이죠.




 만약 학생들도 수능 출제자들의 입장을 자주 생각해보고 그들의 문제를 자주 풀어서 공략법을 많이 준비해둔다면 분명 남들보다 쉽게 풀어낼 수 있을껍니다. 나중에 어떤 직종을 가든 해당 분야의 기출분석은 지겹도록 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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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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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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