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투비 [930066] · MS 2019 · 쪽지

2020-11-30 02:39:11
조회수 16,790

의대생활 희망편) 의대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TOP4

게시글 주소: https://video.orbi.kr/00033394236


안녕하세요 닥터스투비입니다!


잠도 잘 안오고, 예과시절, 본과시절.. 옛날에 내가 언제 행복했었지


이런저런 생각 하다가  글로 한번 정리해봐야겠다 싶어서 써봐요.


의대를 목표로 하는 고등학생 친구들에게는 제 글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미 대학교 다니는 분들께는 여러분들의 행복했던 기억을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네요. ㅎㅎ



첫 번째, 의대 합격~신입생 극초반 시절


이제 한달 정도 뒤면, 오르비에도 대학교 합격 글이 많이 올라오겠죠. 저도 여기는 아니었고, 다른 사이트에다가 합격 인증글을 올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진짜 쉴새없이 공부했던 동력이 바로 '수능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때 아무생각없이 티비를 보다가도, '아 나 3년 뒤에 수능 쳐야지' 이 생각이 퍼뜩 들면 자리로 돌아가 공부했었거든요.


그렇게 압박감이 컸던 수능이 끝나니,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행복했었네요. 


그러다 합격 발표가 나고, 신입생 톡방 파이고, 새내기배움터 가고. 동기들하고 어색하게 첫 인사하고 ㅎㅎ


합격 발표부터 고등학교 겨울방학, 대학교 1학년 3~4월까지 해서 총 4개월은 '설렘' 그 자체였어요.





두 번째, 예과때 동기들과 밤샘게임


제가 예과때 오버워치가 크게 떴었어요. 


저도 원래 게임을 별로 해본적은 없긴 했는데, 오버워치는 몇번 해보니까 너무너무 재밌는거에요.


딱 6명에서 매일 밤마다 집앞 피시방에 모여서 밤새서 몇판씩 돌리고 그랬네요. 이기든 지든 너무 재밌었어요.


한번씩 제 메이 팟지가 나오면 그것만큼 기쁜게 없었답니다 ^^


매일 밤 10시쯤 피시방에 모여서 새벽 6시까지 게임하다가 자취방 들어가기를, 두세달정도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랑은 너무 다르게도 내일 학교 수업에 대해서 걱정할 것도 없고, 당장 옆에 친한 친구들하고 같이 게임을 그렇게 즐겼던게 너무나도 행복한 기억이네요.




세 번째, 본1때 해부 3등!


슬슬 예과 2학년이 끝나갈 즈음, 동기들 사이에서 수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다들 놀기만 하던 친구들이 점점 '이제는 공부해야지'라는 말을 하기 시작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맞이한 첫 번째 과목인 '해부학'.


정말 긴장되었고,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시험 본 당일날에도 한번 복습하고, 다음주 수업 예습하고. 그렇게 두 달을 살았습니다.


해부는 공부해야 할 양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은 몸이 힘든 것이었어요.


어느정도 정해진 해부 진도를 맞춰 나가야하고, 시험은 당장 코앞인데, 포르말린 때문에 눈아프고 머리아프고. 그렇게 정신없이 해부하다보면 저녁이 되고 몸에서는 포르말린 냄새가 엄청 나요.


인생에서 가장 힘든 2달이었고, 솔직히 지방 일반고 출신이라 제가 여기서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꽤 컸어요.


하지만 성적이 발표되는 날, 제가 해부학 3등이라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행복해서 오랜만에 맘편히 밤에 두다리 쭉 뻗고 꿀잠을 잤던 기억이 나네요.




네 번째, 본3 소아과 실습을 돌며 '정상 신생아 관찰'


소아과 실습을 돌면 '정상 신생아 관찰'을 배웁니다. 제게 이 경험은, '행복하다.'를 넘어서 '경이롭다.'고 느꼈던 순간입니다.


태어난 아기 몸에 이상은 없는지, 자극에 대해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해서 마주했던 태어난지 6시간도 안된 조그마한 아기......


손을 깨끗이 씻고, 장갑도 단단히 끼고 교수님께서 제게 정상 신생아 관찰하는 법을 시연해 주셨어요.


입 주변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 입이 손가락을 따라오는 'rooting reflex', 아이의 팔을 잡고 살짝 놓았을 때 팔을 밖으로 뻗는 'moro reflex'


교과서에서만 주구장창 보았던 그 반사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는데, 마스크를 껴서 아무도 못알아봤겠지만 정말 입이 안다물어졌어요.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나도 어렸을 때는 이랬겠지? 생각도 들고, 세상의 빛을 본지 6시간도 안된 아기가 건강하게 쑥쑥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네요.





오늘은 의대생활 희망편)으로 제가 의대 다니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써봤어요.


행복했던 순간만 모아두니 다 이렇게 살아온 것만 같지만, 사실 의대 다니면서 좌절한 적도 많고, 화가 났던 적도 많고 너무너무 힘들었던 적도 많아요.


그래도 예전부터 하고싶었던 공부를, 하고싶었던 일을 하고 사는 삶은 대체적으로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당장은 힘들더라도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경우도 많구요.


고등학생 여러분도 이왕 시작한 공부 끝맺음 잘 하시고, 원하시는 대학 가서 행복한 순간들을 맘껏 누리는 순간이 오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