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트 [558334]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6-10-17 22:42:19
조회수 453

재수중인 사랑하는 내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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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말 묘한 꿈을 꾸었다.

대학에 와서 매일매일을 게으르고 의미없게 보내던 나에게, 항상 오버워치만 해서인가 꿈도 게임꿈을 자주꾸던 요즘의 나에게
꿈에서 작년에 함께 으쌰으쌰 공부하던 우리들의 모습이 나왔다.
그립더라
갑자기 누군가 탁하고 머리를 세게 친 느낌이다.
꿈을 깨고 일어나서 한동안 멍했다. 작년 우리들의 모습들이 떠오르면서 꿈이 잊혀지지가 않았어
나는 수능을 앞둔 그 때, 9모 10모 사설모의고사 성적이 기대한 것에 비해 너무 잘나와서 수능도
이렇게 대박칠 수 있지 않을까 믿음을 가지고있었지 ㅋㅋ
그런데 정작 수능을 망치고 교문을 나오면서 우리함께 재수학원 알아보자고 웃프게 이야기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정말 많이 허탈했었지 수능 다음날 스터디코드 조남호 선생님의 동영상을 보면서 얼른 마음을 다잡고 재수를 해야겠구나 같은 방에 모여서 서로 고민하고있었지.
수능이 끝났는데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말이야..
그러던중에 담임쌤께 걸려온 한통의 전화.
너 서울대 1차합격했다고 면접준비하라고
그 때 나는 정말 신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었다.
너희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다음날 바로 서울로 올라갔다.
학원에서 면접 준비를 하면서 너희생각도 나고 부모님 생각도 나면서 정말 서울대 반드시 합격하겠다고 수십번 다짐했었다.
면접 당일날 정말 놀랍게도 공부했던 문제가 나와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면접을 보면서 학창시절 내가 그토록 꿈꾸고 바라던 이 학교에 정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들더라. 그렇게 나는 서울대에 합격했었지.
너무 기뻤지만 한편으로 마음은 편하지가 않았어.
혼자 막 기뻐하지도 못하겠더라. 재수를 결심하는 너희들 앞에서 말이야..
같이 놀던 우리들 10댓명 가량중에 절반이 넘게 재수를 한다..
난 잘 몰랐는데 대학에 오니까 너희들과 만나서 놀 수 없다는게 너무 슬프더라
너희들 휴가때 가끔 볼때마다 열심히 공부해서인지 살빠지고 야윈 모습이 무척 안타까워.

그건 그렇고 어제 너희들 꿈을 꾸고 나서 든 생각이 뭐였냐면말야..
너희들에게 정말 전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는 거야
난 내가 그렇게 원하던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왔지만 내가 꿈꾸던 삶을 사는 건 아닌것같아.
오히려 작년의 내가 그리워. 내 지난 반년간의 대학생활이 무언가 허무하다고나 할까.
서울대라는 목표를 이루가나니 너무 의미없는 날들을 보낸 것 같아.
공부도 지겹도록 하지 않았고 대학생활이 재밌다고 느낀 것도 아니었고 ..
지금의 나는 pc방만 자주 가고 학교수업도 자주 째는 게으름뱅이야
고등학교 때는 밤새가며 공부하면서 아침 세수할 때마다 코피나는 모습이 일상이었고 미치도록 치열하게 공부했는데 말이야.

꿈에서 깨고나니 그 때의 내 삶이 너무 그리운거야.
무언가에 치열하게 노력하고 아무 걱정없이 그것만에 몰두하는 것.
그리고 내 곁에 그걸 함께 견디고 격려해주던 너희들이 있었다는 것.
사랑하는 친구들아 내가 너희보다 대학에 1년 빨리 온 것 뿐이지만 확신할 수 있는 생각이 하나있다.
그건 바로 어떤일에 아무생각없이 미치도록 공부할 수 있는 순간은 단언컨대 바로 지금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정말로 소중하고 치열한 삶이었다는 것.
아직 사회 경험도 쌓아보지 않았고 뭣도 모르는 대학생 1학년이지만 저 생각만은 확신할 수 있을것같다.

수능을 한달 앞둔 너희들에게.. 
많이 힘들지 ? 지금 같이 있지는 않지만 항상 마음만은 너희들의 곁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또 원하는 결과가 꼭 나오길 간절히 빈다. 얼른 수능끝나서 술먹고 같이 여행가자
사랑하는 친구들아 보고싶다. 얼른 수능만 끝나라 형이 돈은 없지만 너희들 사줄 돈이라면 기꺼이 쓰련다. 지금 이순간이 너희 인생에서 가장 멋있는 후회없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P.S 나도 오늘부터 달라지려고
이제부터 나름의 목표와 꿈을 찾고 치열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멋있는 사람 되있을거다
한달뒤에 보자 니들 ㅋㅋ 잘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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