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친 수능에 대한 소감
예전 약대 편입 / 수능과 관련된 글을 올렸었는데, 마음이 수능 쪽으로는 기울긴 했습니다. 다만 작년 수능 및 올해 6월, 9월 모의고사를 집에서 한번 풀어보는 정도로는 현재 어느정도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감이 오질 않아 25 수능을 한번 응시해서 보러 가봤습니다. 저한테는 11년만의 수능이었네요.
현역때는 수능 전날 수험표 받고 시험장 확인하러 갔었는데, 졸업하니 수험표 직접 받으러 가는게 살짝 귀찮더라구요. 연차도 사실상 3일이나 썼습니다...
어쨌든 한번 경험으로 보자는 생각이라 수능날 부담은 없었습니다. 굳이 따지다면 현역 수능 응시하는 친구들 보면서 도대체 10년이 언제 흘러버렸지 하는 당혹감 정도는 존재했어요ㅎㅎㅎ
국어는 크게 어렵진 않았던 것 같은데, 괜히 수능이라 꼼꼼히 읽어봄 + OMR 마킹 시간 등이 문제였는지 시간이 살짝 부족했습니다. 홀수형 8번이던가요... 어쨌든 보기 문제 하나 읽다가 시간 모자라서 그냥 찍었는데 틀렸습니다. 사실 시간 충분히 더 있었어도 맞췄을진 모르겠네요. 문제가 눈에 잘 안들어왔었어요. 만약 수능 공부를 시작한다 하면 시간 여유 충분히 확보하는 식으로 공부해야하나 싶네요. 다른것보다 대입 후 10년을 책도 안읽고 살다보니 독해 속도가 수직 낙하 한 것이 아닌가 좀 후회되네요ㅋㅋㅋ
수학은 엄청 당황했습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신유형이 다수 나와서 짜잘하게 시간 많이 쓰게 하는 문제들이 늘어난 느낌? 작년 수능이랑 올해 6/9월 풀면서도 느꼈는데, 현장에서는 체감이 더욱 심했던 것 같아요. 공통에서는 큰 문제는 없었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도형 문제에서 자꾸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번에도 도형에서 시간 꽤나 썼던 것 같네요. 22번은 열심히 센다고 셌는데 경우를 하나 빼먹은 것 같아요. 아마 0일때를 빼먹지 않았나 싶은데... 미적은 28번이 감이 안와서 시간 한참 낭비했고, 결국 30번은 아예 손도 못 댔는데 집에서 슬쩍 풀어보니 풀리긴 하더라구요. 수학은 아마 준킬러-킬러 문제 처음 보는 유형도 당황하지 않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영어는 차라리 크게 변화가 없으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저는 이번 영어 꽤나 어렵게 느껴졌는데 의외로 메가에서는 1등급 비율이 무지 높더군요? 좀 뻥튀기되지 않았나 싶은데. 솔직히 대학 입학 후 따로 영어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학원에서 읽고 쓰는게 영어 논문이다 보니 다른 과목만큼은 감이 떨어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근데 영어조차도 듣기평가 때 10문제정도 왔다갔다 하면서 풀었는데도 시간이 좀 모자랐습니다. 최근 3-4년 정도는 진짜 1년에 300일 넘게 술 마시고 다니느라 아마 뇌가 도파민에 쩔어서 독해력이 많이 박살난듯하네요. 술을 끊어야 하는데 진짜.
한국사는 그냥 시험지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첫 페이지 보면서 이정도면 사람들 다 1등급받는거 아닌가? 했는데 3-4페이지는 진짜 하나도 모르겠었어요. 그냥 구경하다 이건갑다~ 하는것들 찍었더니 3등급 나오네요. 한국사도 따로 공부 조금은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
현역때는 물1 화2 선택했는데, 요즘은 지학 많이 고르는 것 같아서 물1이랑 지1 골라봤습니다. 물1은 그나마 현역때 상대성 이론, 뭐 물질파 파동... 로렌츠 인자 이런 것들이 조금씩 기억나서 그냥저냥 풀어봤는데, 확실히 과탐은 다른 과목보다 기억 휘발이 빠른 것 같아요. 결국 물리는 12문제 찍었네요. 물리는 진짜 노베라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지1은..... 현역때도 공부해 본 적이 없고 뭔 내용이 나오는지도 몰라 말 그대로 시험지만 펴놓고 놀고 있었습니다. 1, 2, 4번은 그냥 뇌내망상으로 머리속에서 풀었고, 나머지는 보다가 모르겠어서 대충 밀었는데 찍은 것들 중 3문제나 더 맞았어요. 물리1은 그래도 공부 시작하면 과거 기억이 떠오를지도 몰라... 정도인데, 지1은 말그대로 백지장 상태라 요즘 뭐 사회문화 하나 많이 선택하신다던데 저도 물리1 + 사회문화로 할까 고민입니다. 화1이랑 생1은 너무 고였다 해서 쳐다볼 생각도 안 드네요.
집에서 푼 최근 모의고사나 작년 수능보다는 성적이 좀 덜 나오긴 했는데, 솔직히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래도 이정도면 1년 잘 해보면 약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게 만드는 결과였습니다. 다만 1교시 시작 전에 시험장 찾아 돌아다니는 저한테 '선생님 책상 서랍 안에 물건이 있었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본 학생 덕분에 멘탈이 좀 흔들리긴 한 것 같네요. 그 상황에서 저도 시험 치러 온 사람이라고 입을 떼기가 얼마나 어렵던지ㅋㅋㅋㅋㅋ 친구들한테 말해주니 한참 웃더라구요. 우리끼리는 자주 봐서 나이들었다는 생각 하나 없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생긴 것 같은데, 이제부터는 관리도 좀 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본격적으로 다시 입시판 뛰어든다면 어떻게 공부 시작해야할지 감도 안오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그냥 말 그대로 11년만에 본 수능에 대한 소감이었습니다. 아마 메가패스 끊고 국어는 강기본, 수학은 시발점부터 시작해서 쭉 커리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한번 찾아봐도 추천하시는 너무 커리들이 다양해서, 혹시 슬쩍 알려주시면 또 감사드리겠습니다.ㅎㅎ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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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되면 바지에 똥싸겠음ㅇㅇ
엄청 잘 보셨는데요...?
설벳은 뭐다?
와 뭐지
ㄷㄷ
그 실력이면 강기본 시발점 할 필요가 없어보이는데....
괜히 그러는게 아니라, 저때랑 여러가지 변한 게 많아서 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수학의 예를 들면 저때는 2차함수 넓이공식 일부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적분식 세워서 구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고, 3차함수 1:2같은 비율관계는 아예 별로 알려져있지도 않았습니다. 대부분 그냥 피지컬로 밀어붙였고, 저도 그런 공식 외우느니 그냥 미분하고 적분하는 편이기도 했고요. 요즘은 그러면 큰일 날 것 같더라구요. 합성함수나 부정적분 관련해서도 제가 할 때보다 훨씬 딥하게 물어보는 문제들이 많기도 하고, 아무래도 10년이 넘게 지났으니 여기저기 까먹고 빵꾸 뚫린 부분이 있어서 빠르게 기초만 한번 훑어볼 생각입니다. 교육과정이 자그마치 2번이나 변했거든요ㅋㅋㅋ
국어도 저는 고3때 한 공부라고는 그냥 하루에 모의고사 1-2개씩 풀고 채점하고가 끝이었습니다. 기출 분석이라는 것도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서 해본 적도 없구요. 아예 공부법이라는 것 자체가 없이 우직하게 풀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그냥 지문 읽고 문제 풀고의 반복이었는데, 또 뭐 해설강의 같은 것들 보면 지문을 분석하는 방법론 같은 것들이 있던데 이런걸로 연습하면 좀 더 안정적으로 시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아예 쌩기초부터 시작해볼까 하고 있는겁니다. 특히 문학은 '이것도 정답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것 들이 항상 있었는데, 그런 것도 잡아줄까 싶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