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육의 중요성과 국어 독해 방법
학원에서 국어를 강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95년 여름, 지금은 전국에서 유명한 학원가의 한 곳으로 조성되었지만, 그때는 목동 아파트 6단지 건너편 두세 건물에 작은 학원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가르친 학생들 중에서 대구가 고향인 어머니가 일본 유학 중 한국인 2세 아버지와 결혼하여 낳은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일본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의사인 아버지의 일 때문에 미국으로 가게 되어 미국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내던 중 한국으로 오게 된 학생이었습니다. 착하고 예쁜 학생이었는데 특이한 이력으로 다른 학생들보다 한국말이 많이 서툴렀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업 시간이면 늘 맨 뒷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아 힘들어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중간고사 시험을 끝내고 돌아온 그 학생에게 시험 결과를 물어보았습니다. 예상대로 국어와 사회가 어려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학생의 기분을 좋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영어는 잘봤지라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다른 대답을 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잘 보기는 했지만 아주 잘 보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점수가 70점대 후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지문과 선택지는 영어로 출제되었지만 질문 내용인 발문이 한글로 되어 있어서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선택지만으로 정답을 유추하여 문제를 풀었다고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우리는 우리의 땅인 대한민국에서 운명적으로 우리글로 된 책을 읽고 시험을 치르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글을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기 어려울 것이고,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국어를 잘해야 공부가 쉬워집니다.
2004년 광명의 한 기숙학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항상 밝게 웃으며 생활하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 문을 나서면 그 여학생에게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 여학생은 수업을 들을 때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겠는데 혼자서 공부할 때는 적용이 잘 안 된다고 했습니다. 좋은 수업은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수업 방식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초중고 학창 시절에 배웠던 교과 내용이 얼마나 기억이 나세요? 솔직히 부끄럽지만, 저는 초중고 때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 배웠던 전공 지식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저만의 문제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이 기억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가 학창 시절에 단편적인 지식을 배우고 암기하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하실 것입니다.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은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만 이루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교육 기관인 학원 교육도 학교 교육과 마찬가지로 단편적인 지식 전달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학생들과 학부님들은 학교 교육보다 학원 교육을 더 신뢰할까요? 그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로 우선 학교는 내신 문제를 출제하는 교육 기관이고 학원은 좋은 점수를 얻도록 내신 시험을 대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로 학교 선생님들은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는 교사이고 학원 선생님들은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강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들은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하고 교과서 내용을 전달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학원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 주어야 하고 교과서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해야 합니다. 이처럼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들 간의 교육 목적과 방법에는 차이가 있고 그래서 학교보다 학원 교육을 더 신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들 대부분이 교육 내용이 교과 내용을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같습니다. 배운 교과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때 그것은 지식이 되겠지요. 하지만 시험 성적을 위해 암기한 단편적인 지식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기억이 될까요? 그래서 성인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이 살아가면서 전혀 쓸모없다고 극단적으로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는 이유가 아닐까요? 결국 국어 공부는 암기형 지식이 아닌 활용형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명의 한 기숙학원에서 홍대 미대를 진학하려는 한 삼수생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느라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서, 재수를 하고도 수능 시험에서 국어를 32점 받았다고 했습니다. 국어 공부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며 알려 주는 방법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겠다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홍대 미대 진학에 대한 간절함이 너무 강해 보여서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제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약속한 대로 도움을 주기 위해 그 학생에게 첫 주는 문장 구조와 독해 방법을 알려 주었는데,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 학생은 EBS 수능 특강 비문학 지문 전체에 그 방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둘째 주에는 문단 구조와 독해 방법을 알려 주었고 그 학생은 같은 책으로 그 방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셋째 주는 글 구조와 독해 방법을, 넷째 주에는 이해한 지문의 내용을 문제에 적용하여 풀어가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 학생은 EBS 수능 특강 비문학 지문 전체에 그 방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결국 국어 공부는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암기 학습이 아닌 지식을 적용하여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적용 학습이 중요합니다.
그 학생이 준비한 책이 EBS 수능 특강뿐이어서, 한 권의 책으로 한 달 동안 같은 지문을 수십 번을 읽고 문제를 풀었던 것입니다. 정말 힘든 일인데 그 학생은 간절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 학생은 3월 중순 경에 모의고사를 보았는데 놀랍게도 89점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후 항상 90점대를 유지했다. 5월에는 사회탐구 2과목에서 50점 만점을 받았고 어려워하던 영어 영역도 10월 모의고사에서 100점을 받기도 했다. 수능 시험에서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고 자신이 진학하고자 했던 홍대는 물론 서울대 미대와 이화여대 미대까지 합격을 했습니다. 결국 국어 공부는 기본 개념을 지문 독해와 문제 풀이에 반복적으로 적용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2년 광명시의 한 기숙학원에서 1년을 함께 고생했던 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이이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수능 시험을 준비했었기 때문에, 그 학생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고, 이후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습니다. 인생에 있어 처음 경험하는 실패와 좌절감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 일은 학원 강사로서의 저의 존재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저와 인연을 맺고 저를 신뢰하는 학생들에게 실패와 좌절감을 더 이상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인생의 전환점에 필요한 존재가 되어,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저 자신이 그들에게 고마운 존재로 기억되고 싶었습니다. 이후 국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국어 독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관련 서적을 찾았지만 제대로 된 책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을 하다 제대로 된 국어 독해 교재를 직접 써 보기로 마음먹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수상한 국어 독해라는 제목으로 출판하게 되었고 국어 독해 교재뿐만 아니라 지금의 뿌리와 샘 국어 연속 도서를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3개월이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 줄 수 있게 된 지금, 그 학생에게 많이 미안해하고 있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 학생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결국 좋은 교재와 수업은 한 학생의 인생에 변화를 경험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나무와 샘 국어 교육은 좋은 국어 교재를 출판하고 올바른 국어 교육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아래에 댓글을 남기시거나 네이버 블로그 나무와 샘 국어 교육에 댓글을 남겨 주시면 답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영상에서는 구체적인 국어 방법들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둘다 붙으면?
-
오르비차단어케함?
-
맞팔구 4
-
친척뿐만 아니라 엄마아빠도 어느대학 나오셨는지 모름...
-
자퇴생은 서울대 무조건 cc인가요? bb는 받을수 없나용? 논술 예비 서강대 성균관대
-
타켓이 생겻음
-
어디가야할지 망설여지네
-
친척들 8
칭화대 홍콩대 홍콩과기대 뉴욕대 라서 그냥 수긍하고 살기로했음
-
합격 글자 봤을 때 그 느낌 아직도 잊을수없는ww
-
딱히 학과에 대한 욕망도 없고 뭘 하고싶은지도 몰라서 어느 과를 가야할지도...
-
추합까지 고려해서 무슨 학교를 써야할까요? 그리고 성신여대 하나 넣을려는데...
-
서성한도 생명과쪽은 취업 많이 힘들어요?
-
정시 의대 0
올해도 기본 올1컷 이상이어야겠지?
-
우린 일가친척 1
중대 한명 바로 다음이 나엿음 올해 서성한 가면..
-
순수 문제 난이도로는 물2가 쉬운거 같은데 ㄹㅇ
-
별로일려나 실례일 것 같긴한데
-
논술 예비 5
논술 예비는 잘 안 뻐지나요?? 중경외시 한양대 정도애서요! 작년에 예비...
-
연고서성한에 다 몰려있으심 다만 설대가 저 이전에 전혀 없으셨음
-
사촌형:경북대 공대 나:서성한 진학 예정(문과) . 바로 걸고 한번더
-
메가 vs 대성 1
국어는 화작 선택해서 독학으로 할 것 같고 수학은 미적, 탐구는 세지랑 사회문화...
-
도대체 왜일까... 혹시 면접을 못본게 문제인가..?
-
이거 지금 100퍼 실제상황임;;
-
가능성 있는 학교 이 중에 아무거나 있나요???????????? 성균관 중논 군수...
-
평생 무당이라고 놀려도 용서해줄게 ㅅㅂ
-
이제 다시 똥글 써야지
-
시간 아시는분..
-
대체 어디서 나온 말임?? 친할배가 전화로 난리치던데 계엄이 사실은 용의주도하게...
-
채점관리위원회에 계엄군 보내서 부정채점 주장해야
-
그램이랑 맥북 둘 다 써봤는데 코딩 필수템인 vscode 호환성이나 파일관리가 훨씬...
-
어떤 걸 위주로 봐야하죠..?
-
정확하게 정해진건 없는건거죠?
-
고붙기원
-
그래도 왜 떨어졌는지는 복기를 해봐야겠죠..?
-
에휴 틀딱들
-
씨발 멕이는 것도 아니고 ㅋㅋ 69평 합쳐서 1개 틀리고 수능때 생지 모두 2등급...
-
다 최저 맞추셨나요? 고려대 고대 고논 논술 합격 조기 발표 조발
-
물론 좀 멀리가면 일제시대 동경제국대 붙으신 분 있긴 함
-
못하는 이유 : 수능 n수 본고사 n수 학력고사 n수 과거시험 n수(but 갑오개혁...
-
ㅅㅅ ㅅㅅ 0
ㅅㅅ온더 비치
-
서울대 전정관련 5
개발자가 꿈인데 전정가면 진득하게 프로그래밍공부하기 어렵나요? 컴텍으로 갈 수는...
-
한의대 예비 1
제발 돌아 제발....3바퀴만 돌아보자 다 의대가라...
-
더닝크루거 에펙트 상식적으로 합격권의 수험생이면 깨달음의 오르막보다는 절망의 계곡에...
-
할아버지 할머니가 왤케 내 성적 궁금해하시지 했는데 14
집안 내 동년배 라인에 의치한약수경찰대 이런새끼들이 여럿있구나... 하 죄송스럽노..
-
뭘 멀뚱히 보고있어 빨리 위로해
-
진짜 존경스러움 계산 머리 ㅈㄴ 안 돌아가는데 어케 극복하신거
-
홍대 점수 1
125점이면 아무 곳도 못 쓰는 거죠..? 인문입니다
-
로스쿨 나이 0
삼수생입니다. 이번에 서울대 안정권 떠서 웬만하면 갈 거 같은데요 설로 목표하고...
-
ㅇㅇ
-
홍대 논술 발표 2
발표 시간이 정해져 있나요? 맞다면 조발할 때는 그 시간에서 날짜만 바뀌는 건가요..
-
내가 이거 하나만 더 맞췄으면.. 싶은 마음도 크게 안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