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반수한다고? 뭐? 근데 애매한 중위권이라고? 그럼 좀..
중위권은 수능을 한번 더 보겠다면, 반수가 아닌 재수를 하십쇼. 저는 15년간 운동을 했습니다. 축구는 중~고 초반까지 선수로 뛰었고, 일반고로 전학간 후 축구와 농구를 거의 매일 즐겼습니다. 허나, 20대가 된 이후로, 특히 20대 중반으로 꺾인 시점부터는 농구와 축구를 할 사람들이 없거나 시간이 안맞아서, 잘 못했습니다. 제가 만약 축구나 농구를 3년만에 한다고 치면 쌩초짜 몸치들이 하는 실수를 할까요? 안하겠죠. 아니, 하더라도 금방 다시 적응 하겠죠. 이와 비슷합니다. 수능은, 특히 수능 수학은 지식으로 보는 시험이 아닌, 한정된 지식을 가지고 빠른 상황판단과 연산, 그리고 상황에 따른 추론과 적용능력 등 지식적인 능력을 묻기보다는 문제해결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재수하는 이유에 대해 종종 묻고는 합니다. 이 때 아이들 입에서 종종 “아 집에와서 해설강의 보니까 제가 아는 내용이고 풀 수 있는 문항인 것 같은데.. 시험장에서 못풀었어요ㅜ 그래서 1년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라는 답이 나오고는 합니다. 이게 바로 N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어제 치뤘던 수능 수학을 복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5번 : g(x)가 구간별로 나뉘어진 함수인데 미분 가능한 함수구나. 그런데 미분계수의 곱이 0이 되는 방정식의 실근에 대해 묻고있네? g(x)를 충분히 그려낼 수 있으니 g(x-4)는 그냥 g(x)를 평행이동 시켜서 관찰하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x<0인 구간에서는 삼차함수고, x>=0인 구간에서는 이차함수인데 다항함수가 미분계수가 0이 되는 지점이라 하면 결국 삼차함수는 삼중근or극점이고 이차함수는 꼭지점(극대)인데, 일단 4개라고 했고, 경계에서 미분계수가 양수니까 일단 삼차함수는 증가하는 구간까지만 그려야겠네? 라고 생각을 하겠죠. 그런데 최고차항계수가 1인 삼차함수가 증가하는 구간은 결국 극대의 왼쪽 또는 극소의 오른쪽임이 분명한데, 만약 극대점의 x좌표가 0보다 크다면, g(x)의 x<0인 구간에서는 극대/극소가 포함되지 않으니, 극소점의 x좌표가 0보다 작다라고 개형을 그리고 난 후, g'(x)=0인 x값이 3개니까, g'(x-4)=0인 x값도 3개겠네? 얘네끼리 안겹치면 g'(x)g(x-4)=0의 실근이 서로 다른 실슨이 6개니까 좀 줄여야겠네? 그럼 겹치게 설정해볼까? 라고 생각을 한 후
극댓점 극솟점 꼭지점 / 극댓점+4 극솟점+4 꼭지점+4 라는 순서가 유지되니 결국 극솟점=극댓점+4, 꼭지점=극댓점+4가 되어야 겹치겠구나! 라고 생각해서, 삼차함수의 도함수 식 써서 0에서의 미분계수=15가 되도록 하면 삼차함수 결정할 수 있고, 극솟점 알고있으니 꼭짓점 좌표도 바로 구해서 이차함수까지 결정할 수 있죠. 대부분 학생들이 이 생각을 길게 늘어뜨리지는 않더라도, 그냥 이런식으로 사고의 과정이 흘러가며 문제를 풀었을거에요. 근데, 막상 이 사고과정을 쭉 읽어보면, 우리가 모르는 내용은 없습니다. 다 알고있는 내용이에요. “어? 그럼 나도 풀 수 있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가 알고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의 상황을 해석하고, 문제의 상황에 맞추어 논리적으로 적용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게 수능 수학에서 가장 어렵고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입니나. 축구공을 건들 줄 알고, 발로 띄울 수 있다고 해서 축구를 잘 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복잡한 실전 상황에서 21명의 움직임과 위치를 보고 공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처럼요.
사실 20번도 맥락은 비슷합니다. 교점의 x좌표가 k네? 그럼 방정식의 실근이니 대입해볼까? 어? 지수방정식인데 지수식이랑 다항식이네? 이거 일반해 찾는 방법은 없는데? 어? 대입해도 시발 모르겠는데? 머징? 어 시발 조건에 합성함수 나오네? 합성하면 식 뒤지게 복잡한데 머징? 이라고 생각하며, x>k에서 일대일함수이므로 역함수를 합성할 것인지, 아니면 구하는 값이 매우 복잡하니 구하는 값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적당히 계산해보면 결국 간단한 대응관계-계산으로 끝나는 문제였습니다. 이것도 막상 사고과정을 쭉 읽어보거나 설명을 들으면, 다 내가 아는 얘기에요. 예 쉽습니다. 근데, 시험장에서 행동으로 옮겨야 의미가 있는거지 집에서 이해가 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수학은 복잡한 논리구조의 체화가 필수적인 과목입니다. 기출문제를 푸는 이유요? 기출에서 나오는 소재들을 체화하려구요. N제, 실모를 푸는 이유요? 복잡한 문제 상황을 해결해보고, 낯선 표현의 문항들을 우리의 지식범위 속으로 해석해서 끌고들어오려고요. 상위권 학생들이나 N수생들이 수학을 쉽게 푸는건, 일련의 논리구조와 계산능력이 이미 체화되어 있어 그 속도와 정확성이 더 좋은거구요.
말이 길었죠? 이제 본격적으로 중위권에게 반수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를, 선배들의 경험을 통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2월~2월 : 원서 쓰고 대학 갈 준비 합니다. 반수라는 목표가 있기에 공부를 조금씩 하지만 전기장판이 날 기다리고 친구들 만날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거려 의자가 힘들어합니다.
3월 : 대학 가니 행사도 많고 학교도 재밌고 친구들도 너무 좋아요. 또 봄이왔네요? 미팅도 하고 놀러도 다녀요. 술마시고 놀다보면 집에 늦게 들어가니 공부할 시간이 충분히 안나요. 반수 공부 해야되는데,, 반수공부 하려고 도서관에 갔는데 우연히 동기들이 절 봤어요. 저한테 물어봅니다 “뭐야 옯붕쿤.. 재수하려고? 혼또니의 마음을 몰라주다니 참 아리마셍 ㅜ“ 하면 이제 학교에선 공부를 못할 것 같습니다.. 어느순간 또 놀아요.. 중간고사도 보고 뭐도 하고 하다보면.. 학교생활 하느라 수능준비는 더더욱 멀어져가요. 1학기동안 오티 엠티 미팅 동아리 동아리엠티 봄축제 개총 종총 번개 동기모임 뭐 열심히 놀고 6월 말, 다시 수능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국어랑 수학은 사실 체화의 영역이죠? 오랜만에 긴 지문을 읽으니 잘 안읽히고 머리에서 튕겨나가요.. 하 다시 루틴 잡는다고 한달정도 기출로 예열하면서 예전 감을 되찾으려고 해요. 수학도 오랜만에 풀어보니 분명히 전에 잘 풀던게 잘 안풀려요.. “아 시발 개념문젠가? 시발점부터 다시 보고온다.“고 시발점을 다시 들어요. 어느순간, 작년의 감을 되찾고 보니 밖에 매미는 울고 이미 날은 한창 더운 8월이에요. 좆됐다. 이젠 남은건 공부뿐이야! 라고 하며 3달 열심히 공부합니다.
사실 중위권에게 있어 반수는 6월부터 공부하는게 아닌, 6월부터 8월까지 준비하고 9월부터 공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개 중위권 학생들이 반수하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진 못하더라구요.
“하 선생님 그래도 반수는 돌아갈 곳이 있잖아요!“ 네. 1학년2학기 시작부터 엇학기라, 전공관련교양도 제대로 다 못들어서 이제 주전공 듣기는 애매해요. 근데 보통 또 전공관련교양(예: 미분적분학은 봄가을에 다 열리긴 하는데 엇학기 과목은 재수강분반/영강이거나 분반수가 적어서 수강신청에 좀 빡셉니다.)은 봄/가을에 나눠 열려서 이거 들으려면 올해 가을이 돼야해요. 1학년 2학기가 애매하게 붕 뜹니다. 둘다 애매해질 바에는 그냥 하나만 확실하게 하는게 나은 것 같아요.
“아니 선생님 그럼 시발 반수는 누가하나요?“ : 상위권 친구들, 수능에서 삐끗해서 실수로 성적이 잘 안나온 경우에, 리프레쉬도 하며 내년 수능을 기다릴 목적으로 치기에는 참 좋습니다.
과목에 필요한 공부량을 수치화해서 나타낼 수 있다면, 이미 공부가 95이상 된 친구들은 좀 리프레쉬하면서 반수하는 기간동안 충분히 작년의 실수를 메꿀 수 있습니다. 허나, 공부가 60밖에 안된 친구는 대학 다니는동안 40까지 깎이고, 여름동안 60까지 다시 채우고, 가을부터 다시 60에서 시작하는거라 좀 비효율적입니다. 그리고, 배우는게 빨랐던 만큼 잃는 것도 빠릅니다. 마치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요.
허나, 반드시 반수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아쉽겠지만 대학생활의 묘미는 버리시고 그냥 수험생이 대학교로 알바하러 간다는 마인드로 가시는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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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개인적으로 걸어놓는걸 추천하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