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일 침대에서 내려오며 했던 행동
18일 후 난, 침대에 누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 별나고 독한 놈
수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분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지금 시기에 여러분을 흔드는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 지금껏 이성적 사고 훈련을 강조해 왔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오늘 칼럼을 다 읽고 난 후면 ‘와.. 이 사람 정말 진~짜 별나다..’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매주 세 편의 칼럼을 40주 동안 한 주도 빼먹지 않고 집필하려면 진짜 독하고 별나야 하는 게 맞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듯 저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한 달에 많아야 한 편의 칼럼을 쓰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제가 이렇게나 별나고 독한 사람이기에 해줄 수 있는 조언입니다. 잘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2.레전드와 미신
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한 테니스 선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테니스의 전설 라파엘 나달은 독특한 루틴을 가진 걸로 유명한 선수인데요, 얼마나 별난지 한 번 보시죠.
나달은 입장하면서 라켓 한 개만 꺼내 들고 자신만의 루틴을 시작합니다. 상의 재킷을 벗고 몇 차례 점프를 하고 또 생수병 2개를 벤치 근처에 세워 놓습니다. 근데 생수병의 상표는 코트 쪽을 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서브를 넣을 때 또한 루틴이 복잡합니다. 상대방 선수가 심판에게 항의한 적도 있죠. 먼저, 엉덩이 쪽에 손을 대고 이후 왼쪽과 오른쪽 어깨를 번갈아 만집니다. 그리고 코, 왼쪽 귀, 다시 코, 오른쪽 귀를 차례로 만지고 나서 서브를 넣습니다. 근데 또 첫 서브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세컨드 서브에서는 어깨를 만지는 걸 생략하는 것까지가 나달의 루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신이라고 하지만, 나달 스스로는 이러한 루틴이 자신이 경기에 온전히 임하도록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3.Hypnosis
저는 재수생 시절, 두 번째 수능을 대비해 저만의 특별한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수능 2주 전부터 매일 아침 침대에서 내려올 때 저는 왼발부터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양말과 옷, 신발 모두 왼쪽부터 착용했죠.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운이 좋게도 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왼쪽이었던 이유는 제가 왼손잡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제가 뇌과학 지식이 별로 없는 때였는데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느꼈죠.
'수능 당일'은 지금 여러분에게도 그렇듯 재수생이었던 저에게 엄청난 의미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렇기에 D-Day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분명 제 멘탈은 영향을 받을 것이 틀림없었죠.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해야 통제력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되죠.
정신력으로 신체를 통제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신체활동을 통해 정신을 통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을 떠올린 후, 저는 수능 당일날 아침부터(정확히는 전날 밤부터)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행동들을 하게 될까를 노트에 적었습니다. 최대한 생생하게 상상했습니다. 그렇게 루틴이 탄생했죠.
수능 2주 전부터 저는 ‘아 내일이 수능이네’하면서 가짜 긴장감을 느끼려 애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 수능 보러 가네’하면서 왼쪽 발부터 디디고, 모든 것을 왼쪽부터 착용하는 LEFT ROUTINE 실행했습니다. 수능이라는 중요한 날, 나 자신에게 통제력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던 것이죠.
이러한 신체적인 루틴은 실제로 저의 정신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느 순간 되니까 밤에 누워서 느끼는 긴장감이 가짜가 아닌 진짜로 느껴졌습니다. 수능이 다가올 때의 긴장감이 아니라, 진짜 내일이 수능이라는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한 긴장감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이나 있었죠. 2주 동안 ‘내일이 수능이네..’하며 긴장감을 느끼며 잠들었던, 저는 수능 전날 밤에 정해진 시간에 똑같은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습니다. 아침까지 꿀잠을 잤죠. 그리고 진짜 수능 당일 아침에도 LEFT ROUTINE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너무나 평온한 상태로 수능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딱 알맞은 정도의 두려움만을 나의 진정성의 증거로 삼아서 말이죠. 돌이켜 보면 제 자신에게 최면(Hypnosis)을 건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4. 상상
이제 수능까지 19일이 남았습니다.
18일 후 침대에 누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감정적으로 어떤 상태일까요?
지금부터 상상하고 받아들이세요. 지금 상상했을 때 떨리고 두렵다면, 실제 그날이 왔을 때는 어떨까요? 그렇기에 더욱 상상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되도록 회피하지 마세요. 회피해도 결국 그날은 오니까요. 그동안 배웠던 이성적이 사고 훈련과 함께, 남은 기간에는 자신만의 신체적인 루틴을 정해 실행해 보세요. 이 두 가지가 결합된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차분하게 이 길고 길었던 레이스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항상 더 많은 진심을 담으려 합니다.
여러분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방사선학과 논술 봤는데 불합격 나왔어. 근데 내가 수능 수학 미적 백분위92 이고...
-
수면리듬 맞췄다 3
그저께 밤새서 리듬 박살난거 낮3시부터 12시간 자서 맞춤 ㅁㅌㅊ?
-
상황이해 다 하고 함수식까지 다 써놓고도 적분이 안되서 틀리는 게 제일 많은데 이건 어케 해결함?
-
블루아카일퀘만하고잔다 근데8시반에일어나야함.
-
저는 현역으로 지방대에 붙었습니다. 아마 교명을 처음 들으시는 분들도 많을겁니다....
-
전에 휴학 삼반수 장문 고민글을 작성했던 연세대 학생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매사가...
-
진짜진짜진짜 3
서울가면 재밌어요? 인서울 궁금..
-
딱 하나 빼고, 오르비도 곧 질릴거 가틈,,
-
그게 나야 바 둠바 두비두밥~ ^^
-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서울 못가고 대구러셀 등록했는디 서울,수도권 재종이랑 지방...
-
프린트하는게 어마어마하게 싼가..
-
질문받는다 7
ㄱㄱ
-
라떼는 말이야 2
줌으로 새터를 해서 선배들이 구글맵 거리뷰로 맛집 소개를 해주고 마지막에 맥주...
-
님들 어떻게 생기셧나요 13
글로 표현해주세요
-
제바루ㅜ 너무 욕심인가 9명에 예비7번이면
-
처음볼때 나를 진짜 이상한 사람인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고함 그게 맞나
-
오티 특 9
온라인으로함(2022년)
-
지하철 게임 안 함
-
엇 1
☝️ 엇
-
히히히히히히히ㅣ히
-
아! 3
내가학생때멀쩡했다는것이착각이다...
-
이유도 알려주세요..
-
관심 안 주면 슬픔
-
제작년 개념책가지고 이번 수능볼라하는데 인강 개념책은 제작년꺼로공부해도 괜찮나요...
-
팡일t구속되던날유대종t패스3만원인가?에샀엇는데...
-
알바끝 8
ㅅㅂ 죽을거같아 9시간동안 10분쉬고일함
-
피곤타 2
자자
-
4명중에 2명만 들을 것 같습니다.
-
한의대를 가장현실적인 목표라고 잡았을때 사탐2개하는게 맞겠죠? 의치는 어차피 과탐을...
-
아오그냥던질까 5
졸리네...
-
국어 화작 표점 131/백분위 96(1) 수학 미적 표점 113/백분위 66(4)...
-
제곧내에요 설대식 402.X인데 지금 등수 보니까 넘 불안하네요…
-
전개 앞부분에 발단이 포함되어 있는거같던데 그럼 발단 안하고 전개 바로 들어가도 되는건가요..?
-
사탐런 고민 0
언매 82 미적99 영1 생99 지구50 인데 의치한 생각하면 생지 다시해야될까요?...
-
월요일 독서 들으면 화요일에 문학+독서 복습 이런식으로 해야하나요
-
intj-p인 사람들은 귀신같이 맞추네 ㅋㅋㅋ
-
사탐 커리 질문 5
쌤들 인강 커리에 기출도 있는데 기출 강의&교재 하고 마더텅도 해야하나요?...
-
저도 라인 잡아주세요 16
제발 획득비 약수좀 보내주세요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
순서대로 23 24 25임 원점수 순서대로 80 94 98로 기억함
-
진학사에서 이새끼는 경제랑 지구를 했어…? 하는 표본이 보이면 저인겁니다
-
발상의전환으로 자존감높이기
-
구석에서 혼자 울고있지 말라고...
-
ㅈㄱㄴ
-
고2때외모적으로자존감이바닥을쳤어서 고3때나는그럼에도공부로좋은대학을...
-
ㅈㄱㄴ
-
궁금하구만요
-
흔하디 흔한 양산형 혐한 영상중 하나.. 내용은 다들 예상하시다시피 "한국은 삼성이...
ㅠㅠ
남은 기간도 응원합니다!!
이 짓 올해가 마지막이길..
가르치는 일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죠?!
어우 학생들의 수험생활이죠~!~!
유서 작성 완료
아앗.. 유서 말고 루틴이요!
종종 탐구를 잘 말아먹는데
시험 당일 4교시 시작하기전에
"탐구시험은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걸 망치면 아오지로 끌려가 13년간 강제노역을해야한다."
"정법 1등급을 못받으면 단두대에서 처형당한다."
식의 세뇌를 하는것도 성적에 도움이 될까요
자기전에 이렇게 생각하고 잔다던가.
오히려 정반대로 생각하는 게 부담을 덜 느끼게 되어서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일이 벌써 수능이네요
..! 잘 하고 오실 겁니다!!!
시뮬 많이 돌리겠습니다…!
저도 별나고 독한 놈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네요...수능 직전 도움되는 칼럼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