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언어'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
저는 어려서부터 과학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제가 하는 질문들은 과학이 해결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지부터, 태양계에서 행성들이 왜 돌고 있는지, 티눈은 왜 생기는지(저는 발에 티눈이 2번이나 생겨서 약 3번의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늘은 왜 파란지, 그런 하늘이 왜 저녁에는 노을이 지고 주황빛으로 바뀌는지 등등.
이 세상에서 쉽게 관찰되는 현상들은 대부분 과학으로 설명이 되었고, 특히 저를 당시 담당하셨던 과학 과외 학원 선생님이 화학과 출신이셨기에 자연스럽게 화학에 밀접한 길로 빠졌습니다. 비록 전 꾸준함이 부족해서 수학 실력은 많이 부족했지만, 과학에 대한 호기심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번개처럼, 불꽃처럼 떠오르는 질문들을 '질문노트'에 메모하고 다니며 시간이 날때마다 중학교 과학선생님들에게 찾아가서 여러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니까, 특히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까 점점 세상에 대한 많은 질문들의 초점이 과학에서 인문학으로 옮겨갔습니다. 사람들은 왜 대체로 이렇게 생각하는가, 이 논쟁에서는 어느 쪽이 좀 더 타당한가, 사회주의는 왜 망했을까, 예의 범절이라는 것은 왜, 어떻게 생긴 걸까 등등.
왜 제 경험담을 이야기하냐면, 저는 무의식적으로 학문(과학이나 인문학)들을, 이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일종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https://kr.freepik.com/premium-photo/a-child-see-through-magnifying-glass_8421459.htm
안경이나 돋보기에 관련된 속담이나 격언이 많이 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본다' '장님 코끼리 몸 만진다' (참고로 전 이 말들이 모두 다 너무 좋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색상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각자가 본 세상의 색깔을 말하고 종합적으로 이해하면 이 세상을 중립적이고 투명한 렌즈로 바라보았을 때의 모습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장님은 코끼리가 길쭉하다고 하고, 어떤 장님은 코끼리가 말랑말랑하다고 합니다. 그럼 코끼리의 각 부분들을 모두 만져본 장님들을 모~두 모아서 의견을 종합해보면, 궁극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고서도 코끼리의 본모습을 상상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최근 열심히 공부를 하는 신경과학, 뇌과학에서 중요한 도구가 바로 통계학입니다. 과거에는 철학이나 인문학이 중요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적었기에(문맹도 많았고 식자층도 적었고, 대학을 나온 사람도 극소수였고) 각자가 어떤 색상의 렌즈를 통해서 세상을 보든, 이 세상에 대해 서술한 내용들 하나 하나가 귀중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발전하고 문맹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이 세계에 대한 목격담과 경험담, 즉 데이터가 많아짐에 따라서 그 수 많은 데이터들을 효과적으로 정렬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통해 의미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과거에는 코끼리(이 세상)를 만지는 사람이 한 두명 이었다면, 이제는 수십 수백 수천명이나 되는 장님들이 코끼리의 미묘한 부분들까지 다 만지게 될 수 있다는 거죠. 그 사람들의 의견과 경험담을 모두 취합한다면, 코끼리가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조선시대에서 세종대왕이 여론 조사를 할 때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서, 엄청난 노동력을 들여서 백성들의 의견을 물었으나 이제는 정말 간단한 방법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왜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반대하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빅데이터의 시대이요, 그 수 많은 데이터를 때려박고 학습하면서 인공지능이 탄생합니다. 갑자기 통계학 이야기로 너무 쏠렸네요.
하여튼 제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의 학문들은 저마다 다른 렌즈와 방법으로 이 세상을 서술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아주 대표적인 예시로 물리학, 특히 고전역학을 탄생시킨 아이작 뉴턴이 대표적이겠죠. 원시적이던 초기 철학에서는 왜 달은 지구 위에 떠 있고, 사과는 아래로 떨어지냐에 대해서 지구가 이 우주의 밑바닥이라고 생각했고, 우리가 보는 우주는 천국과 비슷한 곳으로 상상했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서술하던 세계관에 대해서, 아이작 뉴턴은 수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죠.
아이작은 수학과 물리학을 통해 이 세상을 계량적이고 분석적으로 서술하기 시작한거죠. 그 덕분에 이후 이 세상을 수학이라는 언어(또는 렌즈)로 엄밀하게 해석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마침내 현대 물리학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아이작 뉴턴을 생각해보면 정말 어떻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으로만 이 세상을 바라보던 것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을까, 혹시 외계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https://namu.wiki/w/%EC%95%84%EC%9D%B4%EC%9E%91%20%EB%89%B4%ED%84%B4
문과에서(딱 제가 문이과 구분 직전 세대) 이 세계를 가장 과학적으로 바라보던 학문은 경제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과 못지 않게 수학을 많이 쓰고, 단순한 전제 조건(사람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을 기반으로 사회에서 벌어지는 가격 책정, 정책의 효과 분석, 수요 공급 조사 등을 분석했지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에는 철학의 영향을 크게 받아, 인간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새로운 전제를 제시한 행동경제학이 유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아, 참고로 제가 가장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유익했던 책은, 홍콩과기대 김현철 교수님의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다양한 경제학적인 방법, 통계학적인 방법으로 분석을 해봤더니,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것들은 대부분 '운'에 의존한다더라~가 주된 결론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정책의 효과와 효율을 측정하고 명료한 해석을 하는데, 정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도 아주 유익할 것 같습니다.
https://m.yes24.com/Goods/Detail/122532073
어느 일본인의 트위터 글이라는데, 공부를 하는 것은 이 세상에 대한 '해상도'를 높이는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저도 적극 동의합니다.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면, 영어로 된 것들을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를 안다면 오르비 뿐만 아니라 일본판 오르비에 가서 일본어로 낄낄거릴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자연어(외국어)들을 할 수 있다면, 우리와 다른 문화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독특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수학을 잘한다면, 수학적으로 우리가 상상한 아이디어를 남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수식으로 쓰여진 타인의 아이디어를 보고 읽어서 이해해서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제가 수능 국어 비문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탐구 과목이나 수학 영어 외에도 더 나아가서 통계학 심리학 교육학 철학 화학 물리학 공학 열역학 등을 공부해보니, 이 세상은 다양한 학문이라는 일종의 '언어 세계'로 이루어져 있고, 해당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 언어를 잘 하고, 독해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작년에는 이 아이디어, 즉 '학문들은 곧 세상을 기술하는 일종의 언어다!'라는 내용으로 논문을 출판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학교의 언어 철학 교수님과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추천해주시더군요. 아쉽게도 다른 일로 바빠지게 되어서 우선 순위가 밀어지긴 했지만, 혹시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꼭 제가 오늘 쓴 글로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받아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미약한 씨앗이지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오르비와 제 네이버 블로그에 그 단서와 씨앗을 심어둡니다. 나중에 볕이 들었을 때 열매를 맺을 날도 오겠지요~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orbi.kr/00054952399 - 2편 유형별 학습
https://orbi.kr/00055044113 - 3편 시간차 훈련
https://orbi.kr/00055113906 - 4편 요약과 마무리
사고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56551816 - 1편 바둑과 수싸움
https://orbi.kr/00056735841 - 2편 예절
https://orbi.kr/00056781109 - 3편 자유로운 직업세계
https://orbi.kr/00056882015 - 4편 따라하기
https://orbi.kr/00057164650 - 5편 어린 놈들이 약아서
https://orbi.kr/00057384472 - 6편 자기 스스로를 알아차리기
https://orbi.kr/00057614203 - 7편 체력분배
https://orbi.kr/00057650663 - 8편 수학적 상상력
https://orbi.kr/00057786940 - 9편 편견깨기
https://orbi.kr/00058147642 - 10편 시냅스, 알고리즘의 강화
https://orbi.kr/00060975821 - 11편 자문자답
https://orbi.kr/00061702648 - 12편 '박영진 이혼전문변호사'를 통해 재밌게 알아보는 법률 이야기
https://orbi.kr/00062050418 - 13편 수능 국어 공부
https://orbi.kr/00062206444 - 14편 현우진이 말하는 독해력과 사고력
https://orbi.kr/00062298282 - 15편 교수 면담
https://orbi.kr/00062328444 - 16편 관세법과 일관성
https://orbi.kr/00062406700 - 17편 말하기 공부법
https://orbi.kr/00062419084 - 18편 공부 못하면서 허세 좀 부리지 마십시오
https://orbi.kr/00062495541 - 19편 법조인에게도 필요한 수능 국어 비문학 독해력!
https://orbi.kr/00062583015 - 20편 - 전쟁에도 유형이 있다
https://orbi.kr/00062643940 - 21편 국어, 수학, 과탐 공부 이렇게 해보십시오
https://orbi.kr/00062818762 - 22편 똑똑하고 재능이 있다는 것은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https://orbi.kr/00063239512 - 23편 어려운 문제도 잘게 쪼개면 풀 수 있다!
https://orbi.kr/00064157242 - 24편 리터러시(문해력, 독해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64692514 - 25편 단순히 많은 학습 시간은 배신을 할 수 있다!
https://orbi.kr/00064934387 - 26편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될 자격이 없다
https://orbi.kr/00065089413 - 27편 본질 feat. 반추 동물의 생존
https://orbi.kr/00067574982 - 28편 추론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67699093 - 29편 천재에게 과외 받지 마십시오
https://orbi.kr/00067722206 - 30편 중요한 것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세요
https://orbi.kr/00067987848 - 31편 국어와 영어를 잘하는 법 - 중요한 것에 밑줄치고 집중하라!
https://orbi.kr/00068049459 - 32편 수동적으로 넣기만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꺼내는 연습도 해야합니다
이 세상은 '언어'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사랑에빠짐
-
한줄요약 : 장이 썩어들어가 당장 죽기 직전인 신생아를 일반외과 의사가 수술해서...
-
이거 메가 경쟁자 대비 성적분포로 전체 채점결과를 알순없나? 0
본인 원점수를 조정하면 그 원점수에 따른 경쟁자의 성적분포가 나오는데 그럼 내...
-
언매, 미적의 메가스터디 채점자 평균치의 상대점수는 대략 비례하는 경향이 있음. 내...
-
저를 찾아주세요
-
그냥 따라하기만 함
-
어디가 더 좋을까요? (참고. 한양대 전기는 전자공학이 아님)
-
얼버기 3
죠은 아침
-
ㅈㄱㄴ
-
새벽감성노래 1
이미새벽은지나갔지만
-
뭔가 위에 대학 이름이랑 같이 붙어있으면 너무 위에 쏠려있는 느낌서울대나 경희대처럼...
-
기상 완료 알바 가기 시러
-
진짜 인재 놓친거다.
-
오르비 망했나
-
이번수능 대충 언미영사문생1 23212 받았습니다 순수과학에 흥미가 생기기도했고,...
-
갈드컵 안열리네 예전에 이거갖고 말 엄청 많았던걸로 기억하는데
-
경북대 치대 논술 가야할까요??ㅠㅠ 지금 6칸입니다ㅠㅠ
-
삼반수 할까 2
작수 55332 올해 33231 흠
-
내신 대비로 어떤 문제집이 괜찮은가요???
-
어느길로갈까요 7
젤 무서운 길을 8분 정도 걸리고 가로등 없음... 다른 길은 15분에 가로등 몇개...
-
재수는 싫고 반수하면 놀다가 제대로 못할거같고 남은건 군수뿐인거같은데
-
집이드 편의점최고
-
문제집 분리수거 2
이번 수험기간동안 푼 문제집들 다 종이 버리는곳에 버리면 될까요? 스프링은 없어요
-
치감걸린듯 4
왜 힐이안되냐
-
기적의 수면패턴 3
8시수면 4시반기상 ㅋㅋ
-
알바 헬스 대학공부
-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네 맘을 알고 싶은걸
-
반갑습니다. 10
-
아낌없이주는나무는이제없다..
-
전시즌 플레계정인데 랜만에 켜서 한판해서 첫판 이겼더니 실버 4를 주네
-
벌써 2028 수능 준비하는 사람 있음? 아는 08 지금 자퇴하고 2028 수능 준비하는데
-
이번 겨울부터 시대 라이브반 수강하려고하는데 언제쯤 개강하나요??
-
나도 그때까진 생지가 무슨 이과냐고 생각하면서 이과가 물화중 하나도 안 하는게...
-
방금 라면먹고 3
식은 밥말아먹는 중인데 살안찌겠죠? 오늘 아침안먹었고 점심 저녁만먹음 점심엔 떡볶이...
-
행렬 공간벡터 모비율의 추정 롤백시킨건 근본스러운데 3
행렬은 공통수학1에 있어서 간접 연계로 들어가는데 수학적 귀류법이나 순열처럼...
-
언 미 영 물1 지1 동대나 홍익대 공대는 가능할까요...?
-
지각안할라면넉넉히 6시50엔 일어나야하는데 ㅅㅂ오늘 ㅈㄴ쳐잣더니 잠안옴..ㅈ댬
-
기숙학원재수는 1년6개월동안 공부해야하고 기간동안 수능을 볼 수 없으며...
-
위치 신경안쓰고 학교 지원이나 아웃풋 측면에서만 ㅇㅇ 입시 커뮤 말고는 어떤 기준으로 알아봐야됨?
-
ㅏ 드디어 1
올 한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인강 커리 N제들 계획을 다 세웠다 이대로만...
-
세종대 논술 0
보통 수학 몇등급대가 오나여? 미적 안한 기하러 합격 가능세계잇음?
-
07들에게 힘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
.
-
이새끼들 안죽냐 변기물로 익사시킴
-
긴장되네요.. 0
인생이 바뀌는 시험이라 그런지
-
올인원, 단어, 유형독해만 듣고 빈순삽은 교재없이 강의만 들어도 되나요? 목표는 2등급 이상입니다.
-
ㅈㄱㄴ 실모에요 N제에요?
-
이번에 보니까 호텔관광이랑 묶어서 계열로 뽑던데 2학기끝나고 전공 선택할때...
-
음..
-
의치한은 진짜 그런가요
저 뉴턴 초상화보고 중힘게이 생각났으면 정상…?
3단어 요약좀
공부 열심히 해
읽지않고 내용예상 :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서술이 있으므로 부분점수 인정.
삼줄요약 해주세요
1. 세상을 이해하는 데는 렌즈 (=언어) 가 사용이 된다.
2. 인문학, 철학, 수학, 과학 등의 각 학문은 언어의 세계이다.
3. 이와 관련하여 논문 발표를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못 하고 있다.
와 감사합니다
글 맛있다
'물리학은 세상을 수학이라는 언어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