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열심히 했는데 수능을 망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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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수능 친 삼반수생입니다
제 얘기를 먼저 하자면
현역 때 6,9월 연고대 정도 나왔었는데 수능 312 22 5
재수 때 6,9월 국영수에서 1개 사탐에서 2-3개 틀리고 수능 312 42 1
올해 정확히 7월 1일 반수 시작해서 9월 국영수 300맞고 수능 111 11 3 (가채점 기준)으로
아마 정시로 연고대 가능할 것 같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직 확실히 성적표가 나온게 아니라 정확한 성적은 밝히기 그렇네요
저는 현역 땐 급식실에서 교실반가는 시간도 아까워서 뛰어가고 돌아올 땐 이를 닦으며 돌아오고 바로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그랬습니다. 그땐 아무 것도 모르니 열심히 하면 다 된다 생각해서 겁없이 했지만 10월에 좀 지치기도 했고 수능 1문제 1문제 목매달다가 망했습니다.
재수 땐 혼자 서울 상경해서 재종다니면서 진짜 실력많이 올렸습니다.
수능날 아침 만점맞을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는데 국어 시간안에 못풀어서 마지막으로 풀던 45번, 문법6문제 다 찍고 다 틀렸습니다. 푼것중에서는 문학에서 1개 틀렸습니다. 체감상 쉬웠기 때문에 1문제 1문제 5번선지까지 꼼꼼히 확인하다보니 시간안배를 실패한것이죠. 명백한 제 잘못이었습니다.
재수 때 그 점수맞고 채점한 후 바로 논술 준비했습니다. 그날부터 그 다음주 일요일까지
끼니는 김밥 1줄 사서 걸어다니면서 먹고 아침 7-8시부터 밤 11시까지 학원에서 논술만 공부했습니다. 결과는 다 떨어지고 정시때 생각하지도 않았던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현역때, 재수때 애들에게 항상 듣던 말이 '너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열심히 한다' 였습니다. 제가 서울대 가겠다고 떠벌리고 다닌 것도 아니였는데 애들은 넌 서울대 가야한다고 그러고 대학가서 서울대 남자 소개해달라는 장난도 치고 그랬었는데,
수능을 망하니 주변 사람들의 연민, 나보다 열심히 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스카이 합격 수기, 고경붙은 친구가 당연하다는 듯이 서울에서 보자고 말했던 것.... 사소한 것 하나하나들이 '넌 안되는 사람이야.', '넌 노력해봤자 그게 한계야' 그런 메아리로 돌아오더군요. 덕분에 저의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져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가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더군요.
전 아무리 열심히 했든 어쨌든 수능날 망하면 끝이고 그 노력은 다 의미없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서 19.5학점 듣고 4.5만점에 4.43을 맞았습니다. 제가 현역, 재수 때 공부하면서 얻은 공부습관, 절제하는 능력 등이 대학 때 발휘된 것이죠.
그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좋은 사람이란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건 아마 20년 인생에서 재수라는 첫 실패 (실패야 많았지만 꿈이길 바랄 정도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실패) 속에서 한탄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과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감사함을 느끼려고 했고, 거의 매일 행복한 마음으로 공부하려 했던 노력들이 나타난 것이겠지요.
저는 재수 때 저의 실력을 알았고, 저의 노력이 어디가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결국 다시 수능을 준비해 후회없이 수험장을 웃으며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말 열심히 했다면, 그 노력은 여러분이 만들어낸 여러분의 가치이고, 정체성이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면 커졌지 절대 사라지는 것들이 아닙니다. 그러니 수능을 망했다고, 본인의 평소 실력을 발휘못했다고 해서 너무 자신을 책망하진 않길 바랍니다.
솔직히 말해서 수능을 망하면 자기가 지난 시간 잘못했던 것들이 떠올라서 더욱 자신을 괴롭힙니다. 공부효율을 위해 시간을 정해놓고 쉬었던 시간들, 분명 그 시간들 때문에 1년을 버틸 수 있었음에도 수능이 끝나면 그 때 쉬었던 자신을 후회하죠. 중간 중간 놀았던 시간들 365일을 기계처럼 살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비하하게 됩니다.
저도 15수능 끝나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깎아내려 스스로 자존감을 바닥까지 내동댕이쳤었습니다. 그러나 16수능을 잘보게 되니 모든게 미화되더군요. 재수 때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죠.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노력과 결과가 항상 비례하는 것만은 아님을 잊지 않으려고 쓰는 글입니다. (물론 여기서의 결과는 직접적인 결과를 말하는 것이고,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한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b 보신 분들은 '결과적 운' 풀어보셔서 아시죠. 그거랑 같습니다. 도덕적 행위대신 노력을 대입해 본다면, 똑같은 겁니다. 결과가 좋으면 그 노력이 더 칭송받고 결과가 안좋으면 노력이 평가절하 되는거지요. 그러나 결과랑 상관없이 여러분의 노력은 거기 그대로 정직하게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그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수 때 수능이 끝나고 저에게 누군가 이런 말을 해줬다면...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적네요. 너무 길고, 두서없어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ㅎㅎ
그리고..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니 논술 마지막 날까지 미친듯이 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여기 오르비도 제 글보시고 그만 보고 핸드폰도 다 끄고, 주변사람들과의 연락도 잠시만 미루고, 딱 1주일만 수능 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떨어지든 붙든 자기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습니다. 수능끝났다고 다들 설렁설렁 준비할 때 1주일만 빡세게 하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해보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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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25수능땐 틀릴줄 알앗는데 역배의 해 속 유일한 정배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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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의치한 뱃지 한 개씩만 남기고 모두 탈릅해라.....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어요.
지금 진짜.. 현역땐 안이랬는데.. 전 님처럼 열심히 해온 사람도 아닌데..
내가 열심히 안한걸 알지만. 그래도 올려둔 성적이 다시
작년 수능점수로 돌아가니까 진짜..
그냥.. 남들은 잘만가는대학 왜 나만 또 실패하는지..
그냥 하루종일 눈물만나고 길을 걷다가도 눈물나고 그냥 아무생각도 안드네요..
좋은글 잘읽었어요..감사합니다..
일단 수능이라는 큰 시험 무사히 잘 치르신 것만으로도 수고하셨어요..
저도 작년에 다른 일 하다가도 수능점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고 그랬습니다.
진짜.. 그 마음 위로해주고싶네요.. 그리고...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년간 재수를 한 것만으로도 님은 정말 대단한거예요. 그걸 버텨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니까.. 잠시 자기 자신에게 1년간 그래도 포기하지않고 잘 버텨왔다고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세요.. 혹시 논술있으시면 논술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랄게요.
파이팅!
화이팅
제 얘기같아서..... 재수 실패했지만 그래서 많은 비난을 받고있고 자존감도 말이 아니지만 과정 상에 후회가 없기에 제 삶 속에서 보답으로 돌아올거라 믿어요...
과정상 후회가없다는 것 수능을 준비한 60만명중 과연 몇명이나 그렇게 말할수있을까요. 저는 님이 후회가없다는것만으로도 재수는 어떤면에선 성공한거라고생각해요. 그리고앞으로 있을 일들도 그 누구보다 멋지게 해내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