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유발하라리 -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국의 독자들에게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의 진로는 전면적으로 바뀔 것이다. 생명은 40억년 전 출현하여 자연선택 법칙의 지배를 받아왔다. 바이러스든 공룡이든 모두 자연선택 법칙을 따르면서 진화했다. 아무리 이상하고 특이한 형태라도 생명은 언제나 유기체라는 한계에 묶여 있었다. 선인장이든 고래든 모두가 유기화합물로 만들어졌다.
이제 인간은 과학을 통해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고, 유기체가 아닌 생명을 만들기 시작할지 모른다. 과학은 자연선택으로 빛어진 유기적 생명의 시대를 지적설계에 의해 빛어진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로 대체하는 중이다. 특히 오늘날의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할 수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역사 과정 동안 수많은 경계적, 사회적, 정치적 혁명이 존재했지만 인간 그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신라시대나 고대 이집트 시대 선조들과 여전히 동일한 몸과 마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사회와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도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의해 완전히 바뀔 것이다. 몸과 마음은 21세기 경제의 주요한 생산물이 될 것이다.
심지어 죽음조차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역사 과정을 통틀어 죽음은 언제나 형이상학적 현상으로 인식되었다. 우리가 죽는 것은 신이, 우주가, 대자연이 그렇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죽음을 혹시라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 재림 같은 모종의 거대한 형이상학적 몸짓뿐이라고 사람들은 믿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는 죽음이 기술적인 문제라고 재정의하였다. 매우 복잡한 문제이긴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과학은 모든 기술적 문제에 모종의 기술적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다. 이제 우리는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예수나 부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전통적으로 죽음은 사제와 신학자의 전공이었지만 오늘날 이 분야를 공학자들이 넘겨받았고, 실험실의 괴짜 연구자 두 명이 이를 해결해낼 수도 있다. 2년 전 구글은 '갤리코'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는데, 그 회사의 목표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적 혁신은 거대하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위험을 낳을 수도 있다. 이를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현실주의자가 되어,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과학이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 가장 적당힌 시기다.
이와 비교한다면 각국의 정부나 시민들이 걱정하는 여타의 문제들은 아주 사소하다. 물론 글로벌 경제위기, 테러단체, '이슬람 국가ls', 남중국해의 긴장 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 중요성은 '인간강화human enhancement' 라는 문제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생명의 미래에 관한 우리의 결정은 지금껏 시장의 맹목적인 힘과 덧없는 유행이 좌우해왔다. 우리는 무모한 소비에 열중한 나머지 우리 행성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다음 선거보다 더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드문 상황에서 말이다.
나는 이 책이 독자 스스로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또한 이 같은 이해 덕분에 생명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지난 해 이 책은 전 세계에서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미국, 중국,영국,브라질,맥시코,대만을 포함한 20객국 이상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는 이책이 성공한 이유를 진정한 필요에 답을 주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글로벌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책과 학교는 여전히 특정 문화나 국가의 국지적인 역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세상에 독립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행성은 여전히 2백여 개의 각기 다른 국가로 나뉘어 있지만,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전 지구적인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힘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주된 문제들 역시 글로벌한 성격을 띠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급격히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직업시장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하고 대부분의 인간이 경제적으로 쓸모가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이오기술의 혁신 덕분에 인간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지고, 가난한 자와 부자 간에 진정한 생물학적 격차가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모든 인간이 직시할 필요가 있는 질문이며, 이를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나는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한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를 더욱 압축해서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 세기 안에서 파괴적인 전쟁과 식민지배를 모두 겪었고, 매우 짧은 기간 만에 저개발 전통사회에서 선진경제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나라 중 하나로 성장했다. 게다가 오늘날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 분야의 혁명을 선도하는 중이다. 덕분에 한국인들은 첨단 기술의 전도유망함과 더불어 위험도 두 배로 많이 느끼고 있다.
한국은 행복도에 대한 조사에서도 맥시코, 콜롬비아, 태국 등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나라보다 뒤쳐져 있다. 이는 가장 널리 통용되는 역사 법칙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가르쳐 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1945년 한반도 남쪽과 북쪽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은 정확히 똑같았다. 하지만 오늘날 남북한의 기술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동일한 언어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동일한 민족의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기술을 사용해서 완전히 다른 사회를 건설한 것이다.
2015년, 전 세계 모든 지역 사람들은 놀라운 신기술에 접근할 수단을 가지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우리에게 그것으로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그 혜택은 무한할 것이지만,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면 인류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할지의 여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2015년 11월
유발 노아 하라리
===
책의 가장 앞부분에 실려있는 글이지만 공감도 많이 됐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한 글이었어서 공유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이 가진 능력으로 어떻게 본인의 행복을 쟁취할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지않을까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흐흑흑,흑흑,흑 1
흑인이울면? 흑흑
-
취르비 재밌음 0
이거레알
-
이 분 누군지 알아냇다.오르비의 역사 발굴중.뱃지가 17개시네
-
미적 기하 0
내신 과목 미적 선택이고 확통도 안 해서 순공시간 미적에 올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
설마 내앞에서 끊기는건 아니겠지..
-
또 나만 모르는 거 같다고
-
결국 조발은 안하는구나 그래 니네 고추크다
-
몇 수때가 문제였던거임… 여기서 떴어야했다 그런게잇나유
-
대부분 걍 문제가 너무 복잡해 복잡하고 어렵다고 좋은문제가 아닌데 가끔 아무도...
-
ㅜㅜㅡ 5
2차임 취햇는데왜오르비들어왓지 나설마ㅜㅠㅠㅜㅜㅜㅜ
-
조발 0
충북대 조발 한다 안 한다? 2023년에도 설이 1월 20일쯤에 있었는데 안 하긴...
-
뭐지? 깨달은건가?
-
긴장해서 그런다기보다 긴장은 별로 안했는데 뭔가 머리를 돌릴수 없을거같은 느낌으로...
-
나만 그런가...
-
미디어학과 2
문과인가요 이과인가요 찾아볼때마다 다르게 나와서 모르겠네
-
2학년 모고는 물리 한 번 빼고 1이었고 과중학교에서 내신 1학기 3 2학기 1로...
-
수학I, 수학A에서 나온거같은데 이거 뜻이 뭐에요? 한자만 그대로 읽어보면 이하의...
-
대 대 대
-
같이 졸업했던 친구들은 이제 4학년 올라가고 조교나 대학원 취업 등을 준비하고 꽤나...
-
https://orbi.kr/00071441832 지금 92개인데 8개만 눌러줘여 ㅠ.ㅠ
-
첫 수능때도 그랬고 두번째 수능때도 그랬음 첫수능땐 수능좆되기도 했고 이제 학창시절...
-
괜찮아 3
닝~닝~닝..닝...닝................
-
편견 생겼다고 해야하나… 대학 와서 만난 사람들 중에 유독 검 고 출신인 애들이 참...
-
지금 겨울방학 보내고 있는 예비고삼인데 지금 수학학원이 적게는 2시간, 많게는...
-
누웠음 9
슬슬슬
-
다들사랑ㅇ해. 2
그냥미리 말해두려고
-
홍대법대붙여주세요
-
카이로스관 수업 쉬는시간중... 어 너 담배피러가냐? 네? 아니요 어라...
-
킬러 문제까진 아니겟죠?
-
삼반수 할말 5
자세히 안적어서 다시 적음 24수능) 32245 25수능) 21234 과탐...
-
내가 작수 20번과 문제가 유사했다고 느낀게 1. 문제에서 구하고자하는 답의 형태가...
-
그냥궁금해 물리러들은 알지안을까.
-
학생보고 만나자마자 혹시 흠연하시나요 묻기엔 좀 대면도 잡힘
-
사실상 무료 검토인데 그걸 왜풂 지인선모의고사제외
-
노력이니 뭐니해도 결국 타고난 능력치하나는 못이기는거같은데 내가 수능을 존나 오래...
-
우선 1차떨 하나는 확정된 상황이었고 가채점 했을때 최저떨을 직감했어서 직감상...
-
강기분 인강민철 0
강기분 시작도 안했는데 인강민철까지 할시간 앖으려나? 인강민철 사라vs말아라
-
그래도 기분이 좋다 이만하면 나정말열심히한것같아
-
감사합니다.
-
고기가 두껍게 깍둑썰기되어야 하며 불맛이 나고 비계가 많아야합니다
-
정말진짜진지하게 본인이라면 어디가실것같으세요ㅜ
-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제 번호까지 내려온 적 없으면 될 가능성 낮나용 ㅠㅠ 내가 예비...
-
둘중에 어디감?
-
찐 잠 3
제가 2시까지 안 자면시이나 마시로임
-
술자리에서 ”네가 연애를 못 하는 이유는 못생겨서가 아니라, 생긴건 괜찮은데 성격이...
-
제육땡기네 2
제육먹은지도오래됐다
-
공부해도 4,5등급이면 븅신 아님? 이라고 생각하는 애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이네
-
재수할말… 7
하 뭔가 수능 평소보다 못보긴했지만 현역치곤 나쁘지않다고 정신승리하고있었는데 ㄹㅇ...
-
분탕질 아니라 진짜 진지하게 둘 다 붙으면 어디가야 하나요?
-
도용아님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