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문장 이해 과정과 단어 이해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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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세에 익히기를 기대하는 독해력에 대해 알아보자. 아래 글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B형 문제의 지문이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수학할 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정신적 사건과 물질적 사건은 구분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먼저 첫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정신적 사건’을 읽었을 때 우리 마음은 ‘정신적’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접근한다. 그리고 단어에 관한 충분한 지식이 있다면 ‘정신적’과 연관된 단어(연관어-유사어, 반의어, 상/하위 개념어 또는 기타)에도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신적’이라는 단어를 보고서 반의어로서 ‘물질적’, ‘육체적’이라는 개념을 연상할 수 있다.
‘물질적 사건’을 읽는 순간 이전에 ‘정신적 사건’을 통해 연상했던 바에 따라 반의어 관계인 ‘정신적 사건’과 ‘물질적 사건’의 대립적 구도가 떠오른다. 그리고 ‘물질적’과 함께 연상해 내었던 ‘육체적’은 선택받지 못하고 밀려난다. 이것은 처음에 ‘정신적 사건’을 읽고 ‘물질적’이라는 개념을 떠올림에 따라 마음속에 ‘정신적’과 더불어 ‘물질적’, ‘육체적’ 등이 어지럽게 활성화되어있는 혼돈스러운 상태가 점차 명확한 구조(대립, 대칭)로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상황모형을 구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구분된다’는 단어를 읽으면 비로소 상황모형이 확정되는데, 사실 그 이전에 ‘정신적’이라는 개념과 ‘물질적’이라는 개념이 서로 대칭적이라는 점을 주지함으로써 어느 정도 상황모형을 구성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두 개념(단어)이 만드는 상황모형은 이미 단어들의 관계 속에 내포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단어와 같이 어떤 개념이나 상황을 지시하는 표현이 있을 때 그것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을수록 상황모형을 잘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장의 나머지 부분인 ‘...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는 독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면서도 일반적인 의미로 해석하여 ‘우리는’이라는 습관적 표현은 삭제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 남긴다.
한 문장을 읽고 무엇을 이해했느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은 그저 문장 그대로를 되풀이한다. 여러 문장들로 구성된 글을 읽고서도 무엇을 읽었느냐 또는 어떤 내용이었느냐고 묻는다면 글에서 본 표현 그대로를 재생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해한 것이 전혀 아니다. 글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위 도식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상황모형을 언어로 기술해내려고 노력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에 마음속에 어떤 상처럼 맺힌 상황모형을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자신이 이해한 것을 잘 나타낼 수 있고 그것이 글이 담고 있는 전부임을 안다.
단어 읽기
1.
우선 많은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단어는 지식수준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는 단어의 양이 많거나 적다는 것은 지식을 알고자 하는 열의에 의해 초래된 결과이다. 독서와 공부에서 우연히 만나는 단어를 스치는 인연으로 생각해서 그냥 보내버리지 말고 반드시 알아두도록 할 필요가 있다. 외국어 글을 읽다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단어가 나오면 뜻이 잘 통하지 않아서 사전을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모국어 글을 읽다가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만났을 때는 사전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굳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처럼 정말 단어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무방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보통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만났을 때 그 단어의 의미를 문맥으로부터 추측해내려 노력하기보다 그 단어를 무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무시해버렸기 때문에 단어의 의미를 몰라도 글을 이해하는 데 별 지장이 없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글을 이해했는지 확인해 보면 그렇지 않다. 단어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글을 잘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글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 단어의 양은 곧 그 사람의 언어 이해 능력 수준을 나타낸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접한 적 없는 모든 영역에서 사용하는 단어까지도 알 수는 없다. 새로운 지식 영역을 접할 때에는 새로운 용어를 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지식을 소개하거나 설명하는 데 빈번하게 사용하는 익숙한 단어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전문적인 영역의 기초에는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기초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 개념에 관한 단어를 알고 있는가가 새로운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가를 좌우한다.
2.
많은 단어가 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 다의어의 여러 의미 중 하나를 사용한다. 반면 글을 읽는 사람은 문장에 사용된 단어를 읽고서 여러 의미 중 어떤 것으로 이해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읽는 사람은 단어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가에 따라 문장을 달리 해석할 수 있도록 여러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다. 그리고 문맥을 근거로 다의어의 의미 중 하나를 하나를 ‘선택’한다. 여기서 의미를 선택하는 과정은 사실상 하나이면서 다른 두 가지가 있다.
1) 하나는 적절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아래 다의어인 ‘읽다’의 용례를 보면 의미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밑줄 쳐 있다.
읽다
1 . 글을 보고 그 음대로 소리 내어 말로써 나타내다.
큰 소리로 책을 읽다. 글 읽는 소리가 난다.
2 .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다.
편지에 담긴 사연을 읽고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보고서에 들어 있는 내용을 읽고서는 사장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3 . (경전 따위를) 소리 내어 외다.
시루떡을 해 놓고 빌어 보거나 그렇지 않으면 판수를 불러다가 경을 읽게 하여 도깨비들을 내쫓거나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출처 : 김유정, 두포전
4 . (작가의 이름을 목적어로 하여) 작가의 작품을 보다.
사범 학교 시절부터 드러냄 없이 문학가를 지망해 온 그가 아직 셰익스피어를 못 읽었을 리는 없었다. 출처 : 조정래, 태백산맥
이런 단서를 신속하게 해석에 반영해서 다중적인 의미의 단어를 하나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바꿔 주어야 문장의 의미가 더 이상 다중적이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다의어를 잘 해석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의미뿐만 아니라 용법을 잘 알아야 한다. 의미에 따른 적절한 용법을 알고 있는 것을 다의어의 각 의미를 잘 아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용례를 암기하기보다 용법에 맞는 예를 말할 수 있도록 단어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2) 다른 하나는 선택하지 않은 다른 의미들을 억제하는 것이다. 단서를 통해 적절한 의미를 찾은 다음에는 선택하지 않은 의미가 문장 해석에 개입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다의어의 여러 의미를 모두 익힌 사람들 가운데에는 다의어의 의미들을 떠올린 다음 적절한 의미를 선택한 다음에도 마음속에 떠올린 의미를 억제하지 못함으로써 문장과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지장을 받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독서를 많이 함으로써 새로운 단어를 만나는 경험을 쌓기보다 다의어의 의미를 선택하는 경험을 가능한 많이 축적하도록 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다의어를 반복적으로 경험하여 단서를 찾고, 단서를 근거로 적절한 의미를 탐색하고 선택하는 과정, 그리고 선택한 다음 그 의미에만 집중하여 글을 이해하는 연습을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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