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파이터 현역들에게 진부한 이야기
예정했던 글은 아니고, 고3 현역친구들 상담해주다가 좀 답답한 마음에 생각나는거 두다다다 써봅니다. 오늘은 고3의 입장에서, 정시를 준비할 때 명심해야 할 점들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1. 정시충이 되어선 안된다
- 사실 제목만 봐도 대충 무슨 내용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정시충은 정시파이터랑 달라요. 정시충은 '내신 공부 안함(하기싫어서 안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실하게 내신 따는 수시러 친구들 비웃고+ 그런데 중간기말 끝나고 나면 본인은 공부도 안해놓고 수시준비하는 친구랑 같이 놀고+ 인강 프리패스만 회사별로 잔뜩 결제해두고 듣지도 않고+ 휴식이 중요하다면서 공부도 안하는' 고3 현역들을 말합니다. 아마 주변에 한명씩 무조건 있을거에요. 정시를 준비한다면, 준비 기간이 1년인 기말고사라고 생각하세요. 내신기간? 정시파이터에겐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학교 일찍 끝나서 자습시간 많은 황금기간이에요. 내신 끝났다고 옆에 친구랑 같이 해방감 느끼면서 공부 버리고 pc방가고 노래방가고 하시면 안됩니다. 전 내신기간에 새벽까지 공부하고 다음날 학교와서 시험시간에 잤습니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하라는건 아니지만....) 암튼 이정도로 , 수능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악착같이 매달리라는 이야기입니다.
2. 수시 원서접수기간에 흔들리지 말자
- 어차피 정시 준비했죠? 그럼 당연히 고3 내신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을겁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칠 때까지만 해도 내신 버리고 omr에 그림 그렸다면서 자랑하고 자신만만하던 친구들, 수시 원서접수 기간에 흔들립니다. '아..... 그래도 자소서 써서 하나정도는 하향으로 안전빵 하나 박아야하나? 자소서 조금은 채워넣어야 하나?' 하면서요. 이렇게 흔들리다가 결국 수시준비 깔짝한다고 아까운 여름방학 기간 버립니다. 아니 그럴거면 중간기말고사 버리지 말지 그랬어요. 원래 정시파이터는 고독한겁니다. 수시기간에 주변 친구들에게, 선생님에게, 내면의 불안감에게 휘둘리지 말고 11월을 향해 나아갑시다.
-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수시 원서접수기간까지 가지도 못하고 내신기간에 흔들리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아 그래도 중간, 기말고사는 잘 보는게 좋지 않나? 그래봐야 1주일이면 대비할텐데.......' 라면서요. 이럴 땐 냉정하게 판단하세요. 내가 내신을 잘 쳤을 때, 상승한 내 내신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내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그래봐야 내 성에 차지 않는 수준인지. 후자라면 시간 낭비니까요.
3. 약간 귀를 닫자
- 무슨 말이냐면, 고3 정시파이터는 필연적으로 주변인들의 걱정과 참견, 무시를 듣게 됩니다. 보통 일반고 현역이라면, '야 정시로 대학가기 진짜 힘들어. 재수생 n수생, 자사고, 외고 현역들이 얼마나 잘하는줄 알아? 우리학교에서 모의고사좀 잘봤던 a라는 선배도 정시 준비하다가 망했는데, 내가 혹시 몰라서 넣으라고 했던 수시 하향지원 그거 붙어서 스승의날 때 와서 맨날 감사하다고 말하고 가! 까불지말고 수능특강 화작 그거 이번 중간고사 범위니까 그거나 열심히 보고있어!' 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꼰대 선생님의 말을 자주 들을테고, 선생님이 아니라도 친구들이나 부모님에게 걱정이 서린 참견들을 많이 들을 겁니다.
-수능을 쳐도 끝나지 않죠. 원서접수까지 이어집니다. '야! 내가 어디 교육청에서 나온 배치표로 돌려봤는데, 너 국수영탐 원점수합 이정도면 저어기 경북대 하위과도 간당간당해. 나중에 다 떨어지고 후회하지말고 저기 지방에 a대 넣어!' 라는 고3 담임선생님의 말을 교무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실제 제 친구 중에서도 시립대 충분히 갈 성적인데 담임이 경대도 간당간당하다고 해서 고민끝에 경대 2개 하향지원했는데 까보니 수석입학한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 물론 모든 선생님들이, 고3 담임선생님들이 이렇단 거는 아닙니다. 그래서 '약간' 귀를 닫으라고 하는 겁니다. 고3쯤
되면 '아, 저 사람 말은 걸러들어야겠다' 란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꽤나 정확할거에요. '아 그래도 나름 베테랑 고3 담임이면 듣는게 맞나? 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란 생각이 들면 귀를 닫는 게 옳은 경우가 많을겁니다.
- 문제는 이게 쉽지 않습니다. 인간은 힘든 것을 회피하려 들거든요. 이를테면, 한 10월쯤 되었을 때, 평소에는 무시하던 고3 선생님이 '야 이젠 새로운 문제 풀기는 늦었어. 다시 교과서 개념 보고 기출이나 돌려' 라고 흘러가듯이 말하면 '그래 선생님도 저렇게 말하는데 이제 나도 어려운 n제랑 실모 버리고 개념이랑 기출위주로만 돌려야겠다' 하고 편한 길로 가는 핑계로 써버립니다. 원서 쓸 때도 마찬가지. '아 내가 입결 알아보고 컨설팅 받으러 다니는거 귀찮은데..... 에이 그냥 학교 말대로 써야지'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귀를 닫을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 원칙대로, 소신대로 해야 후회가 없습니다.
일단 이정도로. 원래 계획했던 글은 아니고 고3 현역 친구들 상담해주다가 좀 답답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급하게 쓴 거라 두서가 없지만 읽고 얻어가시는 것이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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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생의 80퍼센트가 정시6논술러인 4년제 고등학교 나와서 정시를 선택할때 심적 부담감은 별로 없었습니다. 수시 챙기는 최상위권 애들도 정시로 수시로 갈 대학 성적이 나와야하니까, 열심히들 했고..다같이 열심히 했어요 저도 나름 열심히 했고...
근데 재수하겠다..반수하겠다..이런 애들이 참 많아요
요즘같이 고인 입시판에서 1년만에 뜨는건 진짜 대단하신분들입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라면 대단하신 분들이 될 수 있어요..화이팅!
열심히 노력한만큼 성과에 아쉬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잘 됐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저는 고3 수험생활 하면서 느낀건데
특히 정시 준비하시는 분들 겨울방학부터 할거 밀리면 끝입니다
늦게 시작하는거 말고 이미 시작한 걸
'아 오늘 다 못한거 내일 해야겠다~'하면 당신은 +1 확정입니다
제발 정신좀 차리세요, 정시는 절대 만만한게 아닙니다
망한거는 저 하나로 충분하니까 여러분은 꼭 성공하세요
다 잘 되실거에요
감사해요, 항상 행복하세요
수시러긴 하지만 수능공부 고1때부터 시작했는데도 ㄹㅇ 해도해도 끝이없는게 정시공부인걸 뼈저리게 느끼고 갑니다. 이제 현역인데 명심하고 마지막 1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현역인데 중요성을 아셨다는게 부럽네요. 화이팅입니다!
하나부터 끝까지 너무나 소중하고 제게 필요한 말이네요.. 고2부터 정시 생각해서 수능 개념잡고 어느덧 예비 고3이되서 방학하고 매일 10시간 이상씩 하는대도 불안하고 아직도 할 게 많고 그래보여요... 저는 수험공부가 누구에게나 힘든걸 알기에 진지한 편인데 주변에서 "수능? 정시? 좀하면 되겠지~" "그래도 올2는 맞겠지" 라는 주접들이 떠돌아서 공부할 때 거슬렸는데 귀를 좀 닫고 자기할일 한다는 말이 멋진 말씀인 거 같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