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는 공부를 못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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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고등학교에서 중간보다 조금 높은 등수의 이과생이였습니다. 오르비 회원님들중에서는 꼴지겠지요. 수능 35344등급으로 '평소보다 수능을 못쳤다.' 라는 핑계인지아닌지 이젠 스스로도 헷갈리는 이유로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집안이 넉넉하지도 못했고, 순전히 제 의지로 하는 재수이기에 독학재수를 택했습니다. 사실 재수학원이 통학하기 멀기도 했고, 제가 사는 곳이 지방이였기에 재수학원 질이 안좋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6월 25222등급으로 수학을 제외하고는 나름 성적이 많이 올랐고, 9월에는 낮은 24223등급으로 상승세가 주춤하더니, 수능날에는 아예 all4등급으로 깔았습니다...
6월에 잘나왔다고 절때 자만하지 않았습니다. 저 스스로는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서 많이 노력도 했습니다. 거의 모든 친구와 연락을 끊은것은 물론, 연애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도서관에서 이어질뻔한 여자아이에게 빠지지 않기 위해 독서실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외로움은 면역이란게 안 될 만큼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했습니다.
고3 때도 어느정도 점수가 떨어졌기에, 이번에도 어느정도는 떨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4등급은 아니였습니다. 분명히 게으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이 등급의 책임을 물을 사람이 저 자신이란걸 받아들이기가, 그리고 다른 누구의 탓으로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분명 내 탓이 아닌 것 같은데... 나도 많이 힘들었는데... 부모님, 가족을 포함한 다른 모든 사람들은 제가 공부를 안했다고 생각하니까, 그 시선을 받아들이기가 너무나도 억울했습니다.
결국 작년에도 올 수 있었던 학교에 올해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정이 안가던 학교였기에 학교생활도 제대로 안했고, 머릿속에 있는 반수생각도 떨쳐내기가 힘들었습니다. '혹시 작년 후반에 내 성적이 떨어진 이유가 체력때문이 아니였을까' 하는 이유에 '반수정도면 지치지않고 해볼만하겠다'라는 생각으로 서서히 공부를 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눈치보면서 공부하려고도 해봤고, 학교수업이 끝나면 시립도서관에 가서 공부도 해봤지만 가까운 거리가 아닌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1학기에 제대로 해본 것 없이 휴학을 했습니다.
부모님께 반수한다는 사실을 최대한 늦게 말하고 싶었기에 1학기에 최대한 아낀 용돈으로 독서실비, 밥값, 인강비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조금은 힘들게 공부했습니다. 독서실비를 아끼려고 조금 더 먼 곳의 독서실을 다니고, 값싼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무더운 여름에 점점 지쳐 공부에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제 수중의 돈으로는 계속 독서실비와 밥값을 계속 부담하기 힘들었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도 싫었기에 결국 집에 있는 독서실책상에서 집독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더군요.
제 방에는 에어컨이 없었기에 더위와 싸우면서도 10시간 이상은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집독재이기에 더 공부할 수 있었겠지만 더위 때문에 그렇게는 안되더군요. 그렇게 9월 모의고사가 다가왔고, 15234라는 등급이 나왔습니다. 손도 안댄 국어와 영어가 잘 나와서 당황했고, 공부시간중에 80%를 투자한 수학은 그대로라서 많이 자책했습니다. 그나마 두개가 잘 나와서 좀 더 수학과 과탐에 집중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고 계속 공부를 해왔지만 수능이 30일이 채 남지 않았을 때야 깨달았습니다. 올해도 수능에 졌다. 작년에 비해서 더 나아진게 없다. 이대로라면 작년에 비해 약간의 점수가 오르더라도 갈 수 있는 대학은 제가 지금의 대학을 포기하고 갈만한 가치가 없었습니다. 삼수를하면서 생각한 대학도 아니였고요.
그리고 3,4일간을 많이 앓았습니다. 앓고 나니까 3년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듯 했어요. 솔직히 오르비의 여러 다른 분들께는 부끄럽지만 그리고 많이 혼내실꺼 알지만 머릿속에만 있던 '올해도 이미 안된다'라는 생각에 몸이 먼저 지쳤습니다. 슬펐어요. 수능보기도 전에 이렇게 포기할만큼 대충, 쉬엄쉬엄 공부하지 않았어요. '안되면 말고'란 생각으로 공부하지도 않았어요. 작년에도 올해도 저는 힘들었어요. 저도 정말 포기하기가 싫었는데 지금은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수학 참 열심히한다고 한 것 같은데. 도저히 성적이 안오르길래 올해는 정직하게 그리고 무식하게 공부해보자고 인강은 배제하고, 정석4권을 다 노트에 필사하고, 기본문제를 위해서 쎈도 풀고, 마플도 조금이라도 헷갈리는 문제는 오답노트를 적었는데.. 너무 무식했나봐요. 결국 마플은 다 못하고 끝나네요. 필사한다고 손목터널증후군이 와서 손에 힘이 안들어갔는데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아대를 차면서도 했는데..
그동안 저는 주제를 너무 몰랐던걸까요. 제 실력과 노력이 정말 4등급 정도밖에 안되었을까요. 수능을 마라톤에 비유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혹시 저는 여태 제 기록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지친 상태에서 다시 뛰려고 한건아닌지.. 이젠 너무 지쳐요. 힘들어요. 최근 3년간 대학생각을 안하고 맘 편하게 있어본적도 없는것 같아요. 이젠 잠시나마 행복하고싶어요. 이제 내년에는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가야될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2년여간 경쟁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지만 과연 지금은 나약해진 정신상태로 군대에 가면 잘 버텨내기는 할지, 관심병사라도 되는건 아닌지 걱정도 돼요. 군대에 가기전에 꼭 대학만큼은 이루고 가고싶었는데. 군대다녀오면 더 답이없는 상태일텐데.
이젠 어떻게 해야할까요. 수능에 자신도 없고, 이룬 것 하나 없이 군대가기도 무섭고, 쉬고싶은데 이룬게 없으니까 놀면 안된다는 강박때문에 마음놓고 쉴 수도 없네요. 지금 친구들보다 쉬지않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어째된게 자꾸 뒤쳐지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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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n반수하는 학생입니다
그 심정 심히 공감합니다
올해 수능이 끝나면 전 잘보든 못보든 이 지겨운 시험의 고리를 무조건 끊을겁니다 ..
지금 남은 3일동안 멀할수잇냐하겟지만 과탐에서도 할부분이 많고
수능 끝나게되면 이젠 정말 공부할날도 없습니다 마지막3일동안 자기한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세요
제가 해드릴말은 별로없지만 마지막까지 힘내십시요
정말 수험생들 다들 존경스럽습니다. 진심으로 잘되길 빌어요.
이런 자책은 목요일 이후에 해도 괜찮습니다
수능보러가기도 무서워요. 시험장에 앉아있는동안 울어버릴꺼같아요..
저도 수능 앞두고 크게 앓은 적이 있어서, 심리적이나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얼마나 많이 받았을지 참 안타깝고 공감이 가네요. 지금 얼마나 생각이 많은지도 알겠습니다. 확실히 3수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네요.
수능에서 수학 잘볼거라는 헛된 말은 못하겠구요. 다만 아직 입시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 친구 케이스랑 너무 비슷한데, 걔도 3수까지 했음에도 수능 망했는데 그 후에 수시쳐서 원주 연세대 갔거든요.(의대 아님) 그리고 잘 다니고있고요.
꼭 수능이 아니더라도 수시가 남아있으니, 아직 포기는 하지 마세요.
아는 동생이면 수능 끝나고 술이라도 한 잔 사주고 싶네요. 사실 고민을 해결에 큰 도움이 못되어 사줄게 술밖에 없는지라 더 미안하네요.
현역이나 재수생이 이런 글 올렸으면 진짜 한소리 했을텐데,
3수 정도 했으면 성적 잘나오든 아니든 뭔가 다들 인생공부는 조금 했으니깐, 이렇게 위로하게 되네요.
재수생과 반수생도 인생공부많이 합니다.
괜히 조금 님표현이 캥겨서요.
시비는아니고요.^^
삼수생도 '조금'했다구요.
아아.!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전또 반수재수생 무시하는줄알고 오해했어요.
네ㅋㅋ 인생공부라는게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단 게 아니고, 자기 인생 공부 자기 습성이나 뭐 이런걸 조금 알게된다. 뭐 이런거죠ㅋㅋ
인생의 진리는 유노윤호밖에 모르죠.ㅋㅋ
유노윤호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제가 사실상 포기상태이면서도 자책하는게 10월에는 3등급이 나왔거든요... 근데 다른 사설모의고사에는 50점대 나오고 그러니까 '10월에는 우연히 내가 아는 것만 나왔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의미를 안뒀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바보같았어요. 수능 때 아는게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계속 가졌어야되는데..
뭐 지나간 일은 다 지나간 일로 둬야죠.
지금까지 모르는 것만 나왔으니, 수능 때는 아는 것이 많이 나올 거다.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요.
그리고 님 정신상태 나약한거 아니고요.
절대 군대가도 관심병사 안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거하난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즐겨들었던 노래가
더크로스의 '희망'인데요. 가사가 참 좋아요.
"부서진 나의 꿈을 다시 그리지," 라든가
"절망을 위하여, 희망을 위해" 특히 이 가사가 정말 좋은데,
절망이 왔다는 것은, 내 앞에 희망이 남아있단 뜻입니다.
진짜 저도 절망해서 거의 2달이상 방에 은둔한 적이 있는데, 결국 희망을 위해 달렸고 나름 성공했습니다.
님의 절망도 언젠간(그게 꼭 수능이라곤 말 못하지만) 반드시 희망으로 바뀔겁니다.
이해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주변에서 위로받을 수 있는데가 없는데
저도 옛날에 모 사이트 상담게시판에서
막 하소연 주저리주저리했는데,
그냥 생판 모르는 사람이 자꾸 위로해주더라구요.
저는 계속 삐뚫게 생각하고 말했는데, 진짜 얼굴 하나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나를 붙잡고 위로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아무튼 저는 계속 모나게 글쓰다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렇게 생판 모르는 남도 나를 위로하는데, 우리 부모님, 동생, 친구들은 얼마나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 말로는 표현 안해도 속으론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님이 삐뚤어지게 나왔어도, 저는 누군지도 모를 그분에게 배운 게 많아서, 끝까지 잡으려고 했는데,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전 아직도 그 분에게 죄송해요. 누군지도 모르고 고맙다고도 못해서요.
저도 방금 위로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네요.
수험생이 여태 잠 못들고 있었는데 이젠 잠들 수 있겠어요ㅋㅋ
제 생각에는 2년동안 열심히 하셨는데 4 5등급이 나오신다는건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하셔서 그런게 아닌가싶어요.특히 수학은 중학교때부터 배운게 바탕이 되어있어야 성적을 올릴수 있거든요.공부란게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부족한게 뭔지 정확히 이해해서 효율적으로 해야 성적이 오르더라구요.이게 한편으로는 독재의 단점이기도 한거 같아요.혼자 공부하니까 내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잘 모르거든요..뭐 혹시나 미련이 남아서 한번 더 도전하신다면 기초부터 차근차근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원래 지금쯤되면 공부를 많이 했던안했던 수험생들 마음 다 싱숭생숭해지는 때이기도 해요..저도 삼수생인지라 님의 마음이 이해가 가요..ㅎ근데 수능장에서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몰라요.며칠 안남았지만 마음 잘 추스리셔서 영어지문 몇개라도 더보고 가세요.노력하신만큼 수능장에서 최고의 성적이 나올수 있기를 바라고 수능끝나고 원서접수에서 반전 한번 노릴수있으니까 대학갈때까진 포기하지 마세요 수학 안보는 전형같은것도 있나 아보시구..결국 끝까지 노력라는 사람은 뭘해도 하더라구요.화이팅하세요^^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번뇌하고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몇일 남지 않았으니 마지막 스퍼트를 기원 합니다.
울 둘째도 3수중인데(100% 집 재삼수) 요즘은 더욱 긴장한 모습이 보입니다.
밤늦게 바람쐬인다고 밖에도 나갔다 들어오기도 하고...
부모의 입장으론 3수까지 했으니 좀더 나은 대학을 갔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만, 3수 동기가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공부하는 기간이 길어진다고 성적이 무조건 상승한다면야 모두가 그 길을 택해야 겠지요???
3수는 본인이나 부모 모두 바랬던 경우인데요,
첫째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여 자신의 대입공부에 대한 최종 능력을 학인한다.
둘째는 시험 결과가 어떤 경우든 깨끗이 받아들이고 살아가면서도 더이상은 대입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셋째는 동기 보다 2년씩 지체했으니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그들 보다는 철학적인 참 인간으로 성숙하자.
3수라는 굴레와 조금은 위축된 모습(10월초 논술보러 서울가서 찜질방),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사회구조의 조그만 구성원이 되고자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기성세대는 갖지 못한 그놈만의 특권이자 기회가 아닌가요?
힘냅시다.
번민과 고뇌는 나를 한층 더 성장시켜줍니다.
자기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못하는거에요.
계속 오르지 않는 성적 앞에서 좀 더 겸손해지고 싶었어요. 고등학생 땐 근거없는 자만이 수능에서 결국 망치게한게 아닌가 해서, '성적이 밑바닥이면 밑바닥일수록 더 겸손해지고 내 실력에 대해 정직해지면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3수하면 조심스러워지고 겸손해지는데 배짱좀 부려도 됩니다. 님이 생각할때 나르시스즘같아도, 남들이 볼땐 그냥 평범한 수준이거든요.
전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까요. 지금의 대학으로는 꿈은 커녕 취업도 힘들어서 체념하고 다닐 수도 없고, 군대다녀와서 또다시 수능을 준비한다면 24살에 입시를 하는건데 그 나이면 왠만한 대학으로는 보상받지도 못할 나이고, 수능을 세 번 이나 실패하고 또 수능을 준비한다고 알려지는 것도 부끄러운데..
현 대학에서 교수님과 면담을 했을 때 저보고 강박증이라고 그냥 놀라고 하시던데, 정말 강박증이라서 포기를 못하고 있는걸까요. 1학기를 다니면서 깨달았지만 사실 정말 지금의 대학에서는 길이 없거든요. 특히 제 과에서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게 제일 좋은 아웃풋같더라고요.
올 겨울에 저는 뭘 해야할까요.
정말 시비는 아니고 공부를 똑바로 안해서 그렇습니다. 그쪽이 지적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안오름은 마라톤을 뛰는데 결승선이아니라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던거죠.
제가 아직 '공부'가 뭔지 잘 모르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