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일기
오타니에 메이저리그는 푹 빠졌다. 일본인 선수치고는 이례적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는다. 사람들은 어설픈 재능으로 어설픈 실력을 구가하며 자만하는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캐릭터를 원한다. 오타니는 자격이 있다.
시대를 풍미했다 해도 그 누구든 내리막길이 있다. 인간의 누적사망률이 100%이듯, 스탯 하락률 역시 100%이다. 아무리 관리하더라도 이치로가 결국 사회인 야구에서 뛰듯, 폼은 유한하다. 농구 그 자체로 평가받는 마이클 조던도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워싱턴 위저즈 시절은 전성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종합격투기의 효도르, 앤더슨 실바 역시 10년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각 체급을 제패했지만 은퇴를 수차례 번복하며 전적을 망쳤다.
전성기에서 은퇴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나에겐 저런 전성기가 있어본 적도 없지만 능히 짐작된다. 한껏 주가가 올랐을 때에 더 가지 않을까 싶어 파는 것도 잘 못하는데 인생 자체가 절정인 시기를 스스로 놓을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 모두 한창 전성기일 때 잠적해버리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원한다. 지금 소개할 인물 이야기다.
호로비츠의 추천으로 출전한 콩쿨에서 우승하며 미국을 들끓게 했던 동구권(불가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시스 바이렌베르크. 그는 이후 10년간 종적을 감췄다. 이유는 간명했다. "연주하기엔 철학이 부족해서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10년도 더 지나고 나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이 최강대국으로 떠올랐지만 문화예술의 저변은 약했던 1900년대 중반. 그들은 스포츠로 맞붙었다. 스포츠 국가주의를 대표하는 태릉선수촌의 원류가 미국과 소련의 선수촌이다. 서로의 올림픽에 불참하기도 하고 겨루기도 하며 스포츠에 정치이데올로기를 입혔다. 그런 살벌하던 시기의 절정인 1958년, 소련은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자국의 위대한 예술가 차이코프스키의 이름을 딴 콩쿨을 개최했다. 한 청년이 수줍은 미소로 입장하여 관객들에게 인사한 뒤 온화하게, 한 음 한 음 관객에게 말을 건네듯 차이코프스키 1번 협주곡을 연주했고, 우승했다. 그의 이름은 반 클라이번. 국적은 미국이었고 미-소 양국이 뒤집어졌다.
양국 화합의 상징이 된 그가 너무 많은 부담을 느꼈던 탓에, 연주는 점점 힘에 부쳤고 그는 잠적하기에 이른다. 실질은, 잠적했다기보다 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사회가 필요로 했던 것은 냉전 가운데 적지에서 우승하여 미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린 애국주의, 그런 미국의 실력을 인정한 소련의 포용주의, 이를 통한 양국 관계의 진전이었을 뿐, 그 이후의 연주엔 큰 관심이 없었다.
10년 뒤에 모습을 드러낸 바이렌베르크와 10년동안 잊힌 반클라이번. 이런 걸 보면, 은퇴에 적절한 시기란 없는 것 같다. 그저 최선을 다해 즐기되, 내려놓고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을 것이다.
은퇴 뒤 뜬금없이 복싱에 출전한 앤더슨 실바가 얼마 전 불세출의 챔피언 세자르 차베스 주니어를 복싱으로 잡아냈듯이.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누나 0
눈아…. 헤응언제까지 올꺼니
-
이거 윤사 김종익 잘생긴 윤리 개념서만 있으면 되나요? 2
현돌 개념서 필요한가요?
-
아니 나도 원래 공익인건데 진짜 뭔 이상한 거는 다 면제시켜주면서 왜 평발만 각도가...
-
프사뭐로하지 3
노프사단탈출할래
-
제발오늘조발 1
-
뱃지 없으면 헷갈릴거같음 진짜 자주보이는 사람 아니면
-
아무리지방ㅈ반고여도1점후반대인데CC주기만해봐라하…
-
. 10
.
-
지금 뉴런하기 전에 수분감 풀고 있는데 제가 공부를 생각보다 열심히 안함+고민하는...
-
멈췄던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햇다. 백투새내기 레츠고 다 드루와 형이 놀아줄게
-
흠냐링
-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 수업을 마지막으로 그만두고자 연락드립니다. 00 학생이...
-
이걸 진짜가져가니 써놓은거겠지? 저 무거운걸 어찌 들고가지..
-
흠...
-
이거 볼때마다 ㅈㄴ 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라탕은 한 달 전에 먹음 햄버거는 저번 주에도 먹음 근데 별로 중요한건 아님
-
도형 MX << 이새끼들 진짜 못타게써 개어려움
-
눈보라가 내리는 2
백색의 계엄령.
-
송도유배 7
가고싶다..
-
나는 차번호보면 6
1603 이런거보면 바로 에도막부 개창 이런게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머리에 즉시 떠오름
-
약대합격했어요 22
-
https://m.blog.naver.com/minhwan15/223749934314...
-
이유가 있나요
-
미적 1컷에 13
킬러는 시간은 30분-1시간정도 걸리지만 혼자 고민해서 풀 수 있는정돈뎅 공통 n제 추천좀요 !!
-
??
-
4시반 5시 6시 이 시간 넘어가면 조발 끝남..
-
1학년은 송도고 2학년은 신촌인데 교류하기 개어려울거같은데
-
정보 한문 이런거는 4등급 3등급이라
-
미리배움터 2
최초합 받은 학교 미터 갔다가 다른 학교 추합되서 딴 학교 가는경우도 많은가요...??
-
공지하나 없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킅런트는 뭐 3월까지 가는거 이해함 그러면...
-
하늘에서 뭐가 내려오네
-
진짜 수1,2는 입문엔제같았는대 미적은 2627 5문제 272829 3문제...
-
작년에 국어 올리겠다고 국어 공부 ㅈㄴ 하다가 다른 과목 성적 나락가고 국어는 성적...
-
"대왕고래 경제성 없다" 시추 중단…남은 6개 유망구조는 진행 30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 대왕고래 유망구조의 시추가 사실상 중단됐다....
-
생명에게 미움받고 있어 12
결국 언젠가는 죽어가 너도 나도 결국 마른 잎처럼 썩어가 그럼에도 우리들은...
-
이거 개쳐웃김 1
-
대설주의보 2
-
진짜 이렇게까지 일을 안한다고?
-
재밌음
-
까따구우우웃
-
안녕하세요.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46대 학생회 '채움'입니다! 먼저, 대학입시라는...
-
이...이게 머선 129... 영어로 딱 BLIZARD가 떠오르네요... 앞이 안보여 진짜...
-
놀러다녀야지 후후후훟
-
전날 3시에 5시 발표한다고 알려줬다는 말이 있던데 맞음? 그럼 올해는 안한다는건가..
-
많이 늦은 점심ㅇㅈ 12
운동할때 몸에 나쁜거 먹지말래서 닭가슴살 햄버거 만듬 인간적으로 빵은 봐주셈ㅇㅇ
-
학원휴일이 5일까지 근로계약서 입금날이 5일인데 돈 안준거면 ㄹㅇ 휴일이라...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