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조경민 [875628] · MS 2019 · 쪽지

2020-08-22 00:27:31
조회수 8,623

칼럼) '대화체'에 대한 고찰과 문학 개념어에 대해

게시글 주소: https://video.orbi.kr/00031713659

저번달쯤 한 과외생이 메이저 재종의 국어 사설 모의고사를 들고 와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지에 '대화체'라는 개념어가 있더군요.


살짝 갸우뚱 했습니다.


첫째로는 '대화체'라는 단어가 시험지에서 굉장히 생소했고,


둘째로는, 후술하겠지만 '대화체'라는 단어가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화체'라는 단어는 평가원에서 총 3번 출제되었는데,


2013 6월 13번, 2009 6월 20번, 2006 9월 20번


이 셋이 그 선지들입니다.


수능에선 한 번도 나온적이 없으며


맞는 선지로 출제된 적도 없는데


그 이유는 '대화체'의 애매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가 흔히 보는 선지 중


'말을 건네는 방식'과 '대화의 형식'이 있습니다. 


이 둘은 확실히 구분됩니다.


'말을 건네는 방식'은 의인화된 청자, 그 자리에 없는 청자 등을 설정하며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홍진에 묻힌 분네 이 내 생애 어떠한고)


그냥 혼잣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대화의 형식'은 2014 9월 <매화사>에서 틀린 선지로 처리된 바와 같이


단순한 '말을 건네는 방식'을 보인 것만으로는 옳은 선지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럼 '대화'는 무엇일까요?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이야기.'로 정의합니다.


쌍방 간의 소통이 드러나야 '대화'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 또는 의인화된 청자와는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이지요.


대화체에 대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서술하는 문체.'라고 정리하므로


대화체는 대화라고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만...





그러나 이렇게 쉽게 정리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임재욱 교수님의 '가사와 시조에 활용된 대화체의 변천과 그 의미'에서는


문학에서의 '대화', '대화체'는


일상에서의 그것(즉, 사전적 의미)과는 분리되어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래는 논문의 일부입니다.


대화의 개념을 넓은 의미로 사용할 경우에는 단일한 화자의 발언도 모두 대화로 규정할 수 있다. 모든 발언은 발언주체가 관계하는 사회적인 제반 조건의 영향 아래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를 겨냥하지 않은 독자적인 발언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곧 자아와 세계의 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백에도 대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 화를 이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면 다루어야 할 대상 자료가 많아지고 논의의 범위가 무한정 넓어지므로 본고에서는 대화를 좁은 의미, 즉 ‘둘 이상의 인물이 의사를 교환하는 형태의 화법’으로 규정하기로 한다


결국 내적 대화와 외적 대화로 문학에서의 '대화'를 구분할 때,


'대화체'는 '독백체'와 구분되지 않습니다.


'독백체'가 '대화체'에 포함되었다고 보게 되는 것이지요.




위 논문에서는 내적 대화의 대화체만을 '대화체'로 규정하고 넘어가지만


실제로 문학적으로 '독백체'는 '대화체'인가요? 라고 물었을때


아니라고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거사가>와 <임천별곡>을 중심으로 본 조선후기 대화체 가사의 특수성'


등의 논문에서는 대화와 독백을 대비하여 분석하지만,


둘 이상의 화자가 등장하는 특이한 시조를


편의상 '대화체'로 설명한다는 느낌입니다.


다른 논문들에서도 '독백'을 '대화'로 구분한 것들이 종종 보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대화체'라는 단어는 수능에 나오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화의 형식' 역시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는 기출에 여러 번 출제되었으므로 기출에 나타난 용례에 따라 대비합시다)


6월 9월 모의고사에는 다소 애매한 선지가 간혹 출제되나


이의제기에 민감한 수능에는 출제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이전 세 번의 출제, 그마저도 2013년이 제일 마지막인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을듯 합니다.




둘째로는, 제가 이래서 사설 모의고사를 안 좋아합니다.


워딩이나 서술 등에서 평가원과는 확실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사설 문학은 그냥 EBS 연계를 가볍게 복습한다는 느낌으로 가야지


사설을 통해 기준을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해보입니다.




문제를 풀 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칼럼이지만


문학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힌트를 드릴 듯 하여 적어봅니다.




틀린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지적해주시고


서술상 잘못된 점에 대해서도 피드백해주세요!


좋아요 팔로우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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