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램(김민재) [476057] · MS 2013 (수정됨) · 쪽지

2019-09-02 20:37:24
조회수 12,448

작년 수능 법률효과 지문은 왜 어려웠을까?

게시글 주소: https://video.orbi.kr/00024419519

안녕하세요 피램민재입니다.


오르비 모아보기로 글을 쭉 보다가 작년 수능 '법률 효과' 지문이 어려웠다는 글을 보고


갑자기 삘을 받아서 그 지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작년 수능 '법률 효과' 지문.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했고, 아직까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꽤 많을 그 지문입니다.


이 지문에서 보여주는 큰 특징이 있는데, 바로 '불친절한 서술'입니다.


평가원이 최근 변별에 미친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문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연결고리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각설하고 이 지문으로 바로 예시를 들어봅시다.




  갑과 을은 을이 소유한 그림 A를 갑에게 매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매매 계약을 체결하였다. ㉠ 을의 채무는 그림 A의 소유권을 갑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동산인 물건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은 그 물건을 인도하는 것이다. 갑은 그림 A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인도받기 전에 대금 전액을 금전으로 지급하였다. 그런데 갑이 아무리 그림 A를 넘겨달라고 청구하여도 을은 인도해 주지 않았다. 이런 경우 갑이 사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여 해결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 일단 지문을 정리해봅시다. 갑과 을이 그림을 사고파는 계약을 맺었는데, 갑은 을이 그림을 주기도 전에 돈부터 줬대요. 이러면 안 됩니다 여러분.. 사회는 참 삭막해요....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갑은 을한테 돈을 줬는데, 을은 그림을 안 주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평화나라 사기를 당한 상황이에요. 자 이럴 때 갑이 사적으로 을 패면서 그림 내놔라고 하는 건 엄격하게 금지된다고 합니다. 지문 내용 자체는 어렵지않죠??


자 그럼, 여기서 이제 여러분은 어떤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그렇죠. '그렇다면 갑은 어떻게 해야 그림을 받을 수 있을까?'가 궁금하시죠? 그림을 못 받는 건 말이 안 되는데, 갑이 뭔가 조치를 취해야할 것 아니에요! 그럼 갑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알아보러 다음 문단으로 가봅시다.


사실 여기까지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아무튼



  채권의 내용은 민법과 같은 실체법에서 규정하고 있고, 그것을 강제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민사 소송법이나 민사 집행법 같은 절차법이 갖추어져 있다. 갑은 소를 제기하여 판결로써 자기가 가진 채권의 존재와 내용을 공적으로 확정받을 수 있고, 나아가 법원에 강제 집행을 신청할 수도 있다. 강제 집행은 국가가 물리적 실력을 행사하여 채무자의 의사에 구애받지 않고 채무의 내용을 실행시켜 채권이 실현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 ???? 갑자기 실체법, 절차법을 이야기합니다. 뭐지?? 갑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야하는데.. 일단 읽어보니 뭐 저런거라고 하고... 그 다음에 갑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슬슬 이야기해주네요. 소를 제기하고, 강제 집행을 신청하랍니다. 도대체 뭐하는거죠??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정보를 하나하나 받아들이시면, 이 지문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자 그럼, 실체법과 절차법은 왜 나왔을까요? 어찌되었든 앞 문단 내용을 토대로 생각한 '갑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겁니다. 아아 실체법은 채권의 내용이 규정되어 있고, 절차법엔 강제적 실현이 가능한 내용이 갖추어져 있다고 해요. 그럼 갑은 소를 제기해서 실체법을 토대로 채권을 확정받고, 절차법을 토대로 강제 집행을 신청하면 되겠습니다. 그럼 법원이 을의 그림을 강제로 뺏어서 갑에게 주겠네요.


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어렵죠?? 저걸 어떻게해.. 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지문이, 만약 이렇게 쓰였다면 어땠을까요? 다시 읽어 봅시다.



  갑과 을은 을이 소유한 그림 A를 갑에게 매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매매 계약을 체결하였다. ㉠ 을의 채무는 그림 A의 소유권을 갑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동산인 물건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은 그 물건을 인도하는 것이다. 갑은 그림 A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인도받기 전에 대금 전액을 금전으로 지급하였다. 그런데 갑이 아무리 그림 A를 넘겨달라고 청구하여도 을은 인도해 주지 않았다. 이런 경우 갑이 사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여 해결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그렇다면 갑은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인도받을 수 있을까?)

  (갑이 그림을 인도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체법과 절차법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채권의 내용은 민법과 같은 실체법에서 규정하고 있고, 그것을 강제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민사 소송법이나 민사 집행법 같은 절차법이 갖추어져 있다. (따라서) 갑은 소를 제기하여 (실체법을 통해) 판결로써 자기가 가진 채권의 존재와 내용을 공적으로 확정받을 수 있고, 나아가 법원에 (절차법을 통해) 강제 집행을 신청할 수도 있다. 강제 집행은 국가가 물리적 실력을 행사하여 채무자의 의사에 구애받지 않고 채무의 내용을 실행시켜 채권이 실현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결국 갑은 이러한 강제 집행을 통해 그림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 )와 밑줄을 친 부분이 제가 임의로 추가한 내용입니다. 제가 임의로 추가한 내용이자, 평가원이 의도적으로 삭제한 부분이기도 하죠. (막 써서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점 양해바랍니다ㅜ)


저 말들은 모두 위에서 말한 '실체법과 절차법'이라는 개념들의 역할을 설명해주는 친절한 '연결고리'들입니다.


최근 평가원은 이런 '연결고리'를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고, 이것이 폭발한 것이 바로 작년 수능의 법률 효과 지문인 것입니다.


평가원이 정말로 이 지문을 온전하게 이해시키고 싶었다면, 위와 같은 '연결고리'들을 살려뒀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그 연결고리들을 토대로 지문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평가원은 이러한 연결고리가 지문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걸 모르는 무지한 집단이 아니라는 겁니다. 즉, 이 모든 행위가 모두 의도된 것이죠.


이런 요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쓰일 것이고, 그때마다 학생들을 괴롭힐 겁니다. 연결고리를 의식적으로 만들어주며 읽어야 한다는 것. 꼭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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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문들을 더 보고 싶다면? + 이런 지문들에 대한 실전적인 해결책 + 비문학 문제풀이의 태도를 정립하고 싶다면?


https://orbi.kr/00024280375

https://orbi.kr/00024280375


-> 피램 국어 추석특강




기승전홍보 죄송합니다... 뾰족한 해결책을 드릴 수 없는 점도 죄송합니다.... (추석특강 오는 학생들을 위해...)


다만 확실한 건 이러한 내용을 알고만 있는 것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결국 비문학 지문은 일정한 흐름 속에서 전개될 것이라는 것. 꼭 생각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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