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무서움
수년간 굳어진 글씨체를 바꾸기 힘든 것처럼, 우리의 생활도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20년간 만들어진 나의 못난 글씨체를 바꾸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야 내가 선망하는 그런 글씨체가 될 수 있을까? 1달 동안 좌충우돌을 겪으며 노력하면 나의 글씨체가 내가 선망하는 그런 글씨체로 변모할 수 있을까? 고작 1달으로는 어림도 없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런 못난 글씨체에 20년이라는 시간의 노력을 들였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쪽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20년동안 노력하여 얻게된 어떤 습관을 한 달안에 고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글씨를 못쓰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힘들 때마다 푸념하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변명하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러한 것들이 다 잘못된 것이라고 뒤늦게 깨닫고도 딱 거기에서 그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의 모습대로 살아간다. 노력하는 시간동안 살짝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미세하게 느껴졌을 지라도, 변화의 희망을 살짝 맛보았을지라도, 그 느낌만으로 원래의 익숙했던 습관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힘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이렇게 우리는 합리화하면서 원치 않게 원래의 모습대로 살아가게 된다.
공부를 못했던 학생들도 대부분 그냥 그대로 살아간다. 전교 1등하는 학생은 계속해서 전교 1등의 자리를 지키고, 전교 500등 하는 아이는 전교 500등의 자리를 줄곧 유지하게 된다. 꾸준히 버텨가면서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했던 학생은 날씨가 좋든 안좋든 상관없이 10시간 공부를 해내고, 하루에 1시간 공부했던 학생은 1시간 공부를 해낸다.
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렇게 우리는 수년간 굳어진 습관의 지배를 받는다.
습관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 달간의 노력이 '고작'이라는 말로 천시되더라도 그 '고작' 1달간의 노력을 강력하게 믿어야만 한다. 고작 1달이 2달이 되고, 고작 2달이 3달이 되고, 오로지 이 방법으로만 우리는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3이 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잘 버텨냈다.
재수생이 되고나서 지금까지 잘 버텨내고 있었다.
근데 요즘 내 모습은 왜 이런 것일까?
주변 대학 잘간 친구들이 부럽고, 괜히 부모님께 죄송하고, 자기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에 치를 떨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2017년 1월부터 공부를 열심히하리라 다짐했었다. 1월 달에 강렬하게 품었던 마음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그라지고 그 사그라지는 마음을 틈타 얍삽하게도 지난 습관이 들어와 어느새 나의 공부를 방해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날도 더워 힘든 시기에 나는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
더위를 핑계로
어느새 나는 유투브만 주구장창 보고 있고,
어느새 나는 페이스북 친구들 페이지를 몰래 기웃기웃거리는 것에 중독이 되었고,
어느새 나는 겔러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의미없이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고3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계획만 세우고, 또 계획만 세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어느새 예전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보내다보니
그 동안 처절하게 공부에 바쳤던 모든 시간이 허무해진 것만 같다.
날씨를 핑계삼아 예전의 습관으로 살짝 돌아갔을 뿐인데,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 커졌다.
나는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17년 1월, 추운 겨울날 남몰래 훔쳤던 눈물을 떠올리며
그 때 그 시절의 마음가짐을 되찾아야 한다.
그 때 그 시절의 서러움을 꼭 기억해내야 한다.
지금 꼭 그래야만 한다.
흔들리면 안된다.
절대로 흔들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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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쓰~~ 0
다들 머함
앞으로 남은 기간 이 다짐 굳게 지키길 빕니다
사족: 저 고2때 글씨 교정 연습했는데 생각보다 잘 바뀌어요. 옆에서 지적해주는 사람 있으면 두달 안에 글씨체 바뀜.
어쨋든 공감되네요.. 저도 요즘 많이 흐트러진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