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쥐, 닭, 그리고 코알라들
글 잘쓰는 걸로 소문나신 분이 2014년에 쓰신 글입니다. 이 글이 쓰인 시기에 주의하여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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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고인이기 때문에 비하하면 안 된다면, 같은 고인인 박모씨도 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무현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비하하면 안 된다면 , 대통령을 지금 하고 있는 사람도 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무현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비하하면 안 된다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쥐와 닭과 코알라는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의 표현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 쥐와 닭은 코알라보다 훨씬 혐오스럽게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도.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 아니라, 당신의 상식이 남에게는 상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제발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정치인을 싫어하고 그 저의를 의심하긴 하지만, 그렇게 비아냥대고 모욕적으로 비하할만큼 적극적으로 싫어하는 정치인도 없다. 사람이니까 감정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정치를 생각할 때에는 최대한 감정적인 요소를 제외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이 20대 초반 여자라면 모를까.. 정치인을 마치 아이돌 대하듯 숭배하는 현상이 싫다. 그 사람들 역시 한계가 있는 사람이고, 그리고 가진 권력과 돈 만큼 사욕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른바 '노빠'들처럼 열광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정말 싫은 것은 정치인 본인이라기보단 '그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주관)' 혹은 '그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주관을 객관으로 착각하는 보다 심한 단계)' 모욕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고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로 옹호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논리에 의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욕하지 말라는 것보다 '고인'이라는 것을 들먹거리면 도덕적으로 절대적인 우위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다른 고인에게는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
'정의의 실현'에 있어서는 '공정한 집행'이 가장 중요하다. 판례가 중요한 이유다. 천인공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여론의 관심이 쏠렸다고 사형선고를 받고, 미모의 강도는 측은한 느낌이 들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보단, 둘다 같은 기준으로 죄에 비례한 적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정치인이라고 해도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인격권은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법으로 보장되든 되지 않든. 그래서 노알라든 닭이든 그런 비하적인 비유가 권장될 만한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쥐든 닭이든 코알라든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 '양쪽 진영'에서 만연하는 현실에서, 어느 한쪽에만 지나치게 엄중한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잣대가 아예 없는 것보다 나쁜 일이다.
이중잣대는 잣대가 없는 것보다 나쁘다. 틀린 잣대라도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쥐' '닭' '코알라' 모두 나에겐 유치하고 재미도 없다. 하지만 '쥐'나 '닭'은 되고 '코알라'는 안되는 세상이, '닭'과 '코알라' 둘다 되는 세상보다 비하받는 대상이 줄었기에 '진보'한 세상인가? '닭'이나 '쥐'가 '코알라'보다 객관적으로 훨씬 심한 묘사로 인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말이다.
수용소의 유태인을 학살하던 나치 장교들도 가정에서는 좋은 아빠고 동네에선 좋은 이웃이었다. 나치도 같은 아리안 민족에게는 한없이 관대했다. 단지 그들 입장에 유태인이 '사람'이 아니라 '잡아 죽여야 할 벌레'였을 뿐이다. 소통을 부르짖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상대방을 소통이 불가능한 '비상식'으로 단정해 버린다. '호두과자'는 그런 자기모순을 지적한 뒷골목 낙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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