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길고 일년은 짧더라 - 방황하는 독학재수생들을 위하여
나는 재수를 했다. 그것도 혼자서. 지금 이 책을 펼친 당신도 아마 독학재수를 마음에 두고 있거나 학원과 독학재수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 또한 작년 수능을 망치고 많이 고민했었으니까. 나는 참 까마득했었다. 몇 년을 고생해서 공부한 수능에 고꾸라져버렸기 때문에 친척이나 지인들, 그리고 나 자신을 볼 면목이 없었다. 혹자들은 괜찮다고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당신이나 나나 몇 년을 공부해서 본 시험이다. 죄송하지만 전부 맞다. 이제 와서 전부가 아니라고 해 봤자 내 인생인 것처럼 달려온, 놀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참아가며 공부해 온 수능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게 아니다. 그래, 전부인 수능을 나는 망쳤었다. 그 당시 나에게 놓여진 선택지는 아래와 같았다.
- 1.성적에 맞게 대학을 진학한다.
- 2.재수한다.
- 2-1. 학원에 간다.
- 2-2. 독학재수를 한다.
그 어떤 것도 나의 구미를 당기진 못했다.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으니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기권자체가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놀랍게도 차례대로 저 선택지 모두를 겪어 보게 된다. 최종적으로 나는 2-2 선택지에 정착하게 되었다. 내가 왜 이렇게 돌아 돌아 독학 재수를 하게 되었나 곰곰이 되짚어 보니 지금 내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오른다.
‘불안’
나 1년을 다시 투자했는데 올해처럼 또 망치면 어떡하지? 1년동안 분명히 돈도 많이 들 텐데 망하면? 그 때는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봐? 이러한 불안이 저번 수능으로 실패가 학습된 내 뇌 속을 꽉 채워서 독학재수라는 선택을 주저하게 했다. 지금 이러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머리가 뻐근하고 가슴에 돌을 얹은 듯 답답하다. 나는 가끔 낙서하기를 좋아하는데, 어느 날 포스트잇의 중간을 연필로 그어 바다를 만들고 바로 그 위에 작고 동그란 부표를 그렸다. 나는 그 그림을 한참 동안 들여다 보았다. 그 부표가 왠지 나인 것만 같아서. 파도에 부서져 버릴지도, 바람에 뒤집어질지도, 가다가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 그 외롭고 조그만 부표가 나인 것만 같아서 착잡하고 슬펐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수는 지독히도 고독하고 불안하고 서글픈 나와의 싸움이다. 나는 그 재수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들 말하는 독학재수를 선택했다.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다시 재수를 한다고 해도 똑같이 선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전체에 스며들어 있을 것이고 당신은 그저 발견하면 될 것이다. 그 과정자체가 모든 독학재수생들의 상황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정말 가감 없이 내 감정들을 표현할 것이며 과거를 미화하거나 포장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나의 독학재수와 함께하는 1년의 과정을 면밀히 함께 함으로써 학원인지 독학재수인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하고 있다면 외로운 독재생활에서 친구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 당신이 만약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 점수를 높게 받는 비법이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열었다면 나는 단호히 책을 덮으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때의 나처럼 너무나도 불안하고, 두렵다면, 잠을 자기 전에 걱정에 눈물이 난다면 이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나는 독학재수를 망설이는 사람들의 첫 발걸음을 떼는데 같이 걸어줄 것이고, 불안한 마음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줄 것이며, 흔들리는 부표들을 하나의 노끈으로 묶어주는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저한테 차단당하신분중에 해보실분?
-
차의과 약대 1
95.8이면 붙나요? 점공 상황 좀 알려주실분
-
님들 내가 1
다른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하는데 나만 지랄하고 그런 느낌있음?
-
1. 6년제인 점 + 가서 4년 더 해야되는 점 감안해도 가는 게 낫나요? 2....
-
뭐먹
-
밥을 먹어볼가 2
바이바
-
채플 사참 다 합쳐서 19.5가 말이 되나 최소한 24까진 보장해달라고 하필 숫자도...
-
밥먹고 와서 헹굼 한 번 더 하고 널어도 되겠지?
-
"공통점이다" 라는 공통점을 찾을수도 있음. 이말은 곧 다른 공통점을 찾는것임...
-
울지마바보야 7
넌정말괜찮아
-
ㅋㅋ vs 작년 문과입시
-
반수할거면 10
지금부터 공부하는게 낫나 근데 안하는게 더 불안함 쫌쫌따리 해야겟슴
-
복전한다해도 0
1학년부터 복전할 전공수업을 듣진않죠?
-
엄마 근데 나 미필삼수야... 졸업하면 28이라고ㅠ
-
본인 이상형 11
외모 상관 없음 착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본인만의 색채가 있는 사람 똑똑하진...
-
타점 ㅍㅌㅊ? 1
오늘 쳤는데
-
안 고픔 신기해요
-
그리고 5일 연속 9시임 ㅁㅌㅊ?? 103과 104에서만 사는 삶
-
친구도 여자도 큰 야망에 가려서 저물어... (노엘 - 서울 허성현 파트)
-
다들 그렇자나
-
작년동안 본 사람 < 최근 일주일간 본 사람 인듯 진짜로
-
여캐일러모음 3
-
내일은노래방을가고말겟어
-
ㅈㄱㄴ
-
요즘에 사람들 씨잼 잘 안듣나? 레어사니까 궁금해졌는데 앨범도 안내고 뭐 안한다고 모르나...?
-
그지가되. 1
ㅇㅇ
-
쫄려서 오천원만 했는데 ㅍㅌㅊ?
-
큐브 ㅁㅌㅊ 1
하루에 2시간씩 투자하고 어제오늘 합쳐서 7건 완료
-
왜인지는비밀임
-
뭐노?
-
놀라운 사실. 5
살면서 우르프를 재밌게 해본적이 없음.
-
시발점 풀고 있는데 예제는 그렇다치고 스텝1부터 시부랄 개념 적용이 안돼서 1~2개...
-
요시요시 나데나데
-
시냅스가 입문n제 문제집이니까 이런 입문n제 문제보다 새로운 문제를 더 접하는게...
-
최소주문금액(?) 안된다고 안사지던데 아무도 못뺏어가는 무적레어인거임?
-
레어를 한 개만 더 팔면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잘 수 있어요..
-
이런건 직접 만들어야하잖아
-
동국대 3
이건 걍 조발 안한다는거 아니노?
-
생윤 뉴비 0
생윤 막 시작했어여 윤리적 접근 말고 다른 단원들은 별로 안 어려워보이던데 윤리적...
-
??
-
지 잘난 거 알고 막 자랑함 기만의 극치임 진짜.
-
그건 귀납수열 정답률 50퍼짜리 15번도 몬맞추는 수준 사칙연산에 엄청나게 약하다...
-
안녕하세요 저능부엉이에요 이번에 제가 23년도부터의 등차,등비수열 기출 문제만...
-
진짜 개 마덦음
-
과탐2 하려면, 무조건 과탐1이 돼있어야 하나요??? 5
예를들면 물리2 나 생물2를 하려면, 물리1 과 생물1이 되어있어야 투투를 할 수있는거임???
-
오늘 안 사실 7
일본에서도 초록불을 파란불이라 부른다!
-
경희대 지리학과 인문 빠질 거 같은 사람 수 알려주실분ㅜㅜ 2
제가 지리학과 점공을 실수로 자연으로 해서 거의 꼴찌로 나왔어요.. 지금 예비 2번...
-
사탐 고수분들 0
이제 고3이고 2학년때 윤성훈 십지선다 김종익 잘노기까지 커리타고 사문은 69수능...
-
언매 십 노벤데 언매 할만한가요 ?? 하루 공부량은 6시간 정도 나올거같습니다 22...
-
레어 2
누르니까 바로 사져서 당황함,,, 그래도 만족 :)
부족한 글쓰기 실력이지만 제가 재수생활 시작할때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책을 쓰고 있는데요.(아무도 출판해준다고 안했음^^) 느낌이나 있으면 좋을 내용 같은 것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끄럽습니다...